인사개입 외풍 트라우마…성과주의 원칙으로
지배구조 투명·공정·신뢰성 제고에 역량 집중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앞줄)과 (뒷줄 왼쪽부터)양종희 부회장, 허인 부회장, 이동철 부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앞줄)과 (뒷줄 왼쪽부터)양종희 부회장, 허인 부회장, 이동철 부회장.

KB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선출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유력 후보군으론 조직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관리 역량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내부 출신 인사들만 거론되는 중이다.

금융지주 수장의 장기집권 고리를 끊으려는 금융당국의 견제로 최근 타 금융지주 회장 교체 과정에서 유독 잡음이 많이 일었다. 이 가운데 차기 KB금융지주 회장 선발전에선 윤종규 회장이 공들여온 ‘탕평책’이 주도권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오는 11월 20일 윤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차기 회장 후보자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이사회는 회장 후보 추천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 제고를 위해 주주와 직원, 노동조합 등을 대상으로 의견을 청취하는 중이다. 이후 평판 검증 결과를 반영해 가까운 시일 내 롱리스트(1차 후보군)를 추릴 예정이다.

앞서 회장 선출이 있었던 지난 2020년에는 내·외부 후보군 총 10명으로 롱리스트를 확정했다. 올해도 비슷한 규모로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롱리스트와 별개로 사실상 KB금융지주의 양종희 부회장과 이동철 부회장, 허인 부회장 등 3인 경쟁 체제로 보는 분위기다.

9년이라는 긴 시간 KB금융지주를 이끌어 온 윤 회장은 지난 2020년 3연임에 성공한 이후부턴 후계 구도 확립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21년 말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양 부회장과 이 부회장, 허 부회장으로 짜인 ‘포스트 윤종규’ 3각 편대를 완성했다. 세 부회장은 1961년생 동갑내기로 보험, 카드, 은행 등 주요 계열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회장은 이들에게 각자 전문영역이 아닌 디지털·정보기술(IT), 보험·글로벌, 개인·자산관리(WM)·중소소상공인(SME) 부문장을 순환보직 개념으로 맡겼다.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게 함과 동시에 같은 조건으로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어 대내외적으로 리더십과 실적 등을 비교할 수 있게 설계한 탕평책이라는 평가다.

이는 KB금융지주에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인사 개입 외풍’을 차단하기 위한 윤 회장만의 특단의 조처였다.

KB금융지주는 지난 2009년 당시 회장으로 내정됐던 강정원 은행장이 금융당국의 강압으로 사퇴한 바 있다. 빈자리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어윤대 회장이 올랐고, 이후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어 회장은 금융 전공 학자로 실무경험이 전혀 없는 인물이었다.

또 지난 2014년엔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모피아 논란이 있던 임영록 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연줄 있는 이건호 은행장 간 권력 투쟁에서 비롯된 ‘KB사태’로 큰 상처를 입기도 했다.

KB금융지주는 이번 차기 회장 선발에서 윤 회장이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을 기반으로 긴 시간에 걸쳐 구축한 경영 승계 프로세스가 원활하게 가동되길 기대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윤 회장과 오랫동안 손발을 맞췄던 세 명의 부회장이 유력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다들 주요 업무 전반에서 확고한 능력치를 검증받은 인사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기 회장 선발에 있어 그동안 열심히 쌓아 올린 금자탑을 외부 잣대에 휘둘리게 두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며 “업계 사람들도 금융산업이 외풍으로부터 유연해지길 바라는 차원에서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공정성, 신뢰성 제고 전략에 공감하고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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