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구시 금고 운영 약정 만료
2금고지기 농협과 동일 선상 경쟁
자금·지역 재투자 평가서 역량 차

2023년 7월 11일 16:55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을 선택한 DGB대구은행이 그동안 지역 특화은행이라는 점을 앞세워 오랜 기간 맡아온 대구광역시 금고 운영권을 잃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시중은행으로의 전환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전담 조직을 설치했으며 시일 내 금융위원회에 인가 신청서를 제출,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본점은 그대로 대구 지역에 둔다는 방침이다.

황병우 대구은행장은 지난 6일 대구은행 본점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시중은행 전환을 통해 강화된 경쟁력을 기반으로 대구·경북에 더 든든한 지원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전국 영업을 통해 창출한 이익과 자금을 지역에 재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 시 ‘지역 상생’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지난 1967년 대구에서 문을 연 대구은행은 우리나라 최초 향토은행이라는 위상에 힘입어 1975년부터 대구광역시 1금고 운영을 사실상 독점해왔다.

지방자치단체 금고 운영 은행은 정부 교부금과 지방세 세입, 각종 기금 등 예치와 세출, 교부금 등의 출납 업무를 한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예산을 예금으로 확보할 수 있고 공무원 등 고객 유치 효과도 얻는다. 올해 기준 대구광역시 1금고 연간 예산은 10조원대에 이른다.

4년 단위로 맺어지는 대구광역시 금고 운영 약정기간이 올해 끝나는데, 시중은행 전환으로 지역 특화은행 타이틀을 상실하게 되면 재계약에 실패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구은행의 시금고 열쇠를 빼앗을만한 유력 후보로는 NH농협은행이 거론된다. 농협은행은 현재 대구광역시 연간 예산의 10%를 담당하는 2금고 운영을 맡고 있다.

시금고 유치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구은행은 “지역에서 제일 많은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고 지역에 거점 점포가 제일 많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그러나 지난 2019년 대구광역시 금고지정 평가항목 및 배점 기준을 살펴보면 지역 거점 점포와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취득할 수 있는 최대 점수는 100점 만점에서 12점(지점·무인점포·ATM 설치 수(7점),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실적(5점))에 그친다.

이마저도 막대한 자금력을 지닌 농협은행이 1금고 운영권 쟁탈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되면 우위를 점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농협은행 대구본부는 올해 3월 대구시교육청에 발전기금 3억원을 낸 데 이어 6월엔 대구신용보증재단에 7억원의 출연금을 쾌척했으며, 경북본부도 경북신용보증재단에 올해 81억9000만원의 역대 최다 금액을 기탁 하는 등 지역민에 대한 나눔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점포 수의 경우 올 1분기 기준으로 대구광역시 소재 농협은행 점포(지점·출장소)는 42곳으로 대구은행(122곳)에 한참 못 미치지만, 지역농협 점포가 113개에 이른다는 점에서 지역 네트워크 형성 항목에서 고평가를 기대할 수 있다.

농협은행은 지역 재투자에서도 월등한 역량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지난해 금융회사 지역 재투자 평가결과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대구·경북을 포함한 전국 9곳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으며 시중은행 중 1위를 차지했다.

대구은행의 경우 대구·경북에선 최우수 등급을 받았으나 그 외 나머지 4개 지역에서 우수, 양호, 다소 미흡 등급을 받았다.

금융위 지역 재투자 평가결과는 경영실태평가(금감원) 및 지자체‧지방교육청 금고 선정기준 등에 활용된다.

특히 농협은행이 이번 대구광역시 1금고 운영권 유치경쟁에서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항목으로 여겨지는 ‘협력사업비’에 강수를 둘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구은행은 대구광역시 1금고 운영에 관한 협력사업비로 4년간 200억원을 출연했다. 최근 연간 예산 규모 14조원대의 인천시 1금고 운영권을 따낸 신한은행이 1107억원을 출연하기로 한 것과 비교해 격차가 극명하다.

대구은행이 더는 지역 특화은행으로서 1금고를 독식하지 못하고, 자금력 체급 차가 큰 시중은행과 동일 선상에서 경쟁을 펼치게 되면 협력사업비를 높게 책정할 수 없다는 점이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대구은행은 거점이 대구라는 점을 앞세워 오랜 기간 대구광역시 1금고를 운영해왔다. 시중은행으로의 탈바꿈을 선언한 이상 시금고 열쇠를 계속 쥐고 있긴 힘들 것”이라며 “대구시 2금고 운영은행이자,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강점으로 지자체 영업에서 압도적인 실적을 쌓아온 농협은행이 차기 주자로 부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박민현·안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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