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헝가리·폴란드 해외수익 거점으로 부상
금감원장 출장길 동행 두고 CEO ‘눈치싸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유럽 출장 소식에 은행권이 들썩이고 있다.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한 신수익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애쓰는 가운데 차세대 거점 지역 진출에 멍석이 깔리길 고대하는 분위기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복현 금감원장은 오는 9월 국내 주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유럽으로 투자설명회(IR)를 떠날 계획이다.

이는 이 원장이 ‘K-금융 세일즈맨’을 자처하며 지난 5월 싱가포르과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주요 3개국을 방문해 해외 투자자들을 직접 만나 ‘바이 코리아(Buy Korea)’ 독려했던 것의 연장선이다.

이 원장은 이번 유럽 출장에서도 주요 투자자들을 만나 투자 유치를 역설하고, 현지 감독기관 수장 등을 만나 유럽에 진출했거나 계획하고 있는 국내 금융회사에 대한 지원 요청 및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유럽에 진출한 우리나라 은행은 국민·기업·농협·산업·수출입·신한·우리·하나 등 8개 은행으로 총 9개국에 지점, 현지법인, 사무소 등 다양한 형태의 26개 점포가 포진해있다.

하나은행이 독일·러시아 현지법인, 영국·프랑스·네덜란드 지점 등 5곳으로 가장 많은 국가에 진출해 있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산업은행이 4곳,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3곳, 국민은행 2곳, 농협은행 1곳 순이다.

유럽내 최대 금융중심지로 꼽히는 곳은 영국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2일 발표한 ‘2022년 국내은행의 해외점포 경영현황’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은행이 지난해 영국에서 거둔 당기순이익은 1억2300만달러(약 1570억71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8700만달러)보다 41.4% 증가한 것으로 전체 국가 중 성장폭이 가장 두드러졌으나 시장 규모가 훨씬 작은 베트남(2억6500만달러), 캄보디아(2억9700만달러) 등이 거둔 순익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현재 유럽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유럽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선진국 긴축정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외 금융환경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다.

은행들은 이 원장이 이번 출장에서 한국 금융산업의 건전성과 성장성, 외국인 투자환경 개선 노력 등을 적극적으로 어필해 해외 큰손들의 호응을 이끌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특히 중·동부 유럽진출 저변 확대에 대한 희망이 부풀어있었다.

은행들은 현재 폴란드와 헝가리를 유럽 수익확대 거점 지역으로 삼고 입지 구축에 공들이는 중이다. 서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된다는 지리적 이점과 상대적으로 낮은 언건비와 법인세율, 외국인 투자 기업 우대 정책에 많은 한국 기업들이 진출을 꾀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 5월 동남아시아 출장 당시 금감원장이 금융회사 해외 IR에 직접 동행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라 주목받았는데, 감독 당국 수장으로서 한국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강조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가계부채 관리 현황 등 국내 현안을 짚으며 글로벌 투자자들을 현혹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업권에선 이 원장의 적극적인 해외 세일즈가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라며 “이번 유럽 출장에 대한 기대도 크다. 특히 해외 신수익 창출구로 유럽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보니 출장길에 어디 금융지주 회장이 동행할지를 두고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감원은 이 원장이 유럽 출장 일정으로 영국 런던과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을 방문해 현지 투자자들을 만나 IR을 주재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아직 어떤 금융회사가 동행할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으나 유럽진출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금융지주나 증권사 등이 함께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5월 동남아시아 출장길에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 원종규 코리안리 대표 등이 참여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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