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건설사 부도 확산
신탁사 손실 부담 전이

2023년 07월 18일 16:45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뇌관이 터진 새마을금고의 다음 타깃으로 신탁사가 지목된다. 책임준공(책준) 확약에 따라 수조 원대 채무를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의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비 대출 잔액은 지난 1월 기준 15조7527억원이다. 2019년 말 1694억원 대비 약 93배 급증한 규모다.

문제는 최근 부동산 업황 악화로 인해 해당 대출 부담이 시공사의 보증을 대신 서준 신탁사로 전이된다는 점이다.

관리형 토지신탁 대출은 규모가 작고 신용등급이 낮은 시공사(건설사)에 대해 신탁사가 신용공여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정해진 기한까지 책임지고 완공하겠다는 약속인 ‘책준 확약’을 전제로 이뤄진다.

사업 구조를 보면 시공사가 먼저 신탁사에 사전에 정해진 준공기한에 대한 1차 책준 확약을 제공한다. 이후 시공사가 책임준공을 이행하지 못하면 신탁사가 본래 준공기한으로부터 6개월 이내에 2차 책준 확약을 대주단에 제공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체 자금투입 등이 불가피하다.

새마을금고는 부동산 경색이 시작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리형 토지신탁 대출을 늘려왔다.

앞서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금융사 부동산 PF 대출 규제를 강화할 때 행안부 관할인 새마을금고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타 금융사에서 승인 거절된 위험성 있는 사업들이 새마을금고로 몰린 바 있다.

현재 건설사들은 원자재 및 인건비 상승으로 잇따라 공사를 중단하고 있다. 특히 자금 여력이 부족한 소규모 건설사의 경우 높아진 공사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줄도산하는 실정이다.

한국신용평가 자료에 따르면 작년 9월 기준 책준 확약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에 참여한 시공사 중 시공 능력 평가 10위 이상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100위 이상 기업이 41%로 가장 많았으며 500위 미만 시공사가 27%로 뒤를 이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부동산 PF는 브릿지론을 본 PF 대금으로 상환하거나, 수분양자(부동산을 분양받는 사람) 자금을 이용하고 시공사의 신용도에 의존하는 방식”이라며 “이는 대규모 개발에 따른 위험을 분산할 투자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행사 자본요건을 강화하고, 다양한 형태의 파트너십을 통한 재무적 투자자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브릿지론이란 사업 자금을 단기간 고금리 대출로 이용하다가 향후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는 방식이다. 사업 중단 등으로 채무상환이 불가능해질 경우 재무 위기가 치명적이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최근 책준 신탁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부동산 신탁사의 건전성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에 대해 살펴볼 계획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7년 56조원이던 토지신탁 수탁액은 지난해 101조5000억원으로 두 배가량 뛰었다. 그중 관리형 토지신탁이 89%(90조400억원)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금융신문 이연경 기자 lyk@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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