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사 만기도래 시한폭탄
손실 흡수 능력 선제 확보 주문

2023년 07월 20일 15:3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외 부동산 시장 냉각에 국내 금융회사들의 리스크가 커지자 금융당국이 칼을 빼들었다.

금융감독원은 20일 국내 증권사 10곳 리스크관리총괄(CRO), 기업금융(IB) 담당 임원 등을 모아 ‘부동산 익스포져(위험노출액) 리스크관리 강화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에서 금감원은 국내 증권사에 부실 채권을 조속히 상각할 것을 주문했다. 또 부실 우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경우 외부 매각 또는 재구조화 등을 통해 신속하게 정리하도록 당부했다.

황선오 금감원 금융투자 부원장보는 “특히 해외 대체투자의 경우 건별 금액이 크고 지분이나 중·후순위 대출 방식으로 투자된 경우가 많아 증권사 건전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투자 대상 자산의 가치가 하락하는 등 손실 징후가 발생할 경우 재무제표에 적시 반영될 수 있도록 상시적으로 자체 점검해달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금융업계에는 부동산 PF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해외 대체 자산 부실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해외부동산 펀드 순자산 총액은 77조7035억원으로 2019년 말 55조5435억원 대비 40% 증가했다. 오는 2025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해외 부동산펀드는 총 29조9000억원에 달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9년 부동산 시장이 호황기를 맞으면서 국내 금융사의 해외 투자 규모가 급격히 불어났다”며 “향후 몇 년간 해외 부동산펀드 만기가 속속 도래할 예정으로, 관련 익스포져가 큰 금융사들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9년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GFGC빌딩)에 거금을 투자했던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큰 손실을 보게 됐다.

미래에셋그룹 산하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인 멀티에셋자산운용은 지난 19일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를 열고, GFGC빌딩 대출을 위해 조성한 펀드 2800억원 중 90%가량을 상각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홍콩 주룽반도에 위치한 GFGC빌딩은 홍콩 정부가 34조원을 투자해 총 690만평 규모로 개발하는 새 중심업무지구로, 당시 투자 매력도가 높았다. 이후 코로나19와 금리인상 여파로 만기를 3년 넘게 미뤄오다가 결국 빌딩 매각으로 손실을 확정하게 됐다.

해외 부동산펀드 규모가 가장 큰 미국과 유럽 역시 최근 부동산 가격이 지속 하락하고 있다. 재택근무와 경기 침체 우려로 상업용 건물의 공실률이 높아지면서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올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0.76% 하락했다. 전 분기 대비 미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 건 약 12년 만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가 작지 않은 만큼 외환시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며 “연체율 관리를 위한 대출채권 상각이 이뤄질 경우 충당금 전입 및 대손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은 증권업의 하반기 등급 전망을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산업 전망 역시 ‘비우호적’이라고 진단했다.

대한금융신문 이연경 기자 lyk@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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