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는 화물차량에 물품을 적재하던 중 바닥에 떨어지는 사고로 인지기능 저하와 실어증의 장해가 발생했다. 최씨는 가입해둔 우체국상해공제계약에 따라 보험금 지급을 요청했지만, 우체국은 일부만 지급했다.

최씨는 약관상 해당 장해가 ‘중추신경계에 뚜렷한 장해를 남겨서 평생토록 수시간호를 받아야 하는 장해’(제2급 1호)와 ‘말하는 기능을 완전 영구히 잃은 장해’(제1급 2호)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는 약관내 장해등급분류표상 별개 장해라는 것이다.

반면 우체국측은 최씨가 요청한 사안 모두 중추신경계의 손상이 원인이 돼 ‘신체의 동일부위에 발생’한 장해이므로 최상위 등급에 해당하는 공제금만 지급해야한다고 판단했다.

공제계약 약관에서는 ‘피공제자가 동일한 재해로 두 종목 이상의 장해를 입은 경우 원칙적으로 그 각각에 해당하는 공제금을 합산해 지급하되, 그 장해상태가 신체의 동일부위에 발생한 경우에는 최상위 등급에 해당하는 공제금만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쟁점은 △신체의 동일부위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와 △최씨의 장해상태는 신체의 동일부위에 발생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법원의 판단은 이렇다. 대법원이 지난 2023년 7월 13일에 선고한 2021다283742 판결요지는 다음과 같다.

“약관의 일부인 장해등급분류 해설에서는, ‘장해’의 평가기준으로서 하나의 장해가 두 개 이상의 등급분류에 해당하는 경우 그중 상위등급을 적용하는 것으로 규정하면서, 신체의 동일부위에 대해 팔, 다리, 눈 또는 귀, 척추 부위별 각 규정만을 두고 있을 뿐 중추신경계 부위에 대한 규정이나 그 신경계의 장해로 인해 다른 신체부위에 장해가 발생한 경우에 관한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위 판결례는 신체 동일부위에 발생한 경우가 문언 그대로 동일한 신체부위에 발생해 동일한 신체부위에 존재하는 장해상태임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이 사건 공제계약 약관이 정하는 ‘장해상태가 신체의 동일부위에 발생한 경우’란 같은 신체부위에 존재하는 장해상태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객관적·획일적 해석의 원칙에 부합한다. 신체의 동일부위에서 비롯했다는 이유로 둘 이상의 다른 신체부위에 발생한 장해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확대할 수는 없다.

보험은 문구 상품이다. 보험계약의 주요한 부분인 보험사고 내지 보험금 지급사유는 일반적으로 보험증권이나 약관에 기재된 내용에 의해 결정된다.

해당 문구의 해석은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한다. 개개의 계약 당사자가 기도한 목적이나 의사가 기준이 될 수 없다. 보험은 단순한 개별상품이 아니라, 같은 내용을 많은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특성이 있으므로 평균적 고객에 눈높이를 두는 것이다.

이 경우 약관 조항이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고 그 각각의 해석에 합리성이 있는 등 당해 약관의 뜻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된다. 이를 ‘작성자 불이익 원칙’이라고 부른다.

문구는 작성자가 일방적으로 만들었으므로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경우에는 작성자에게 불이익하게,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이 형평에 맞다.

‘신체의 동일부위에 발생’이라는 문언의 사전적 의미는 발생원인의 신체부위와 상관없이 장해가 발생한 부위가 동일부위면 충분한 것으로 해석된다. 보험약관의 해석은 ‘더 옳은 해석’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역시도 합리적’으로 해석되고 그 해석이 소비자에게 유리하면 채택되는 방식의 특성을 가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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