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만원 내외면 가입하는 자동차보험에선
한도는 10분의 1…‘불송치 보장’마저 제외
민형사상 책임 커졌다더니…“매출확대 꼼수”

#자동차보험 갱신 시점이 다가온 A씨는 최근 경찰조사(불송치) 단계부터 변호사 선임비용을 보장하는 담보가 새로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동차보험 내 특약으로 저렴하게 가입하려 했다. 그러나 운전자보험서 가입하는 변호사 선임비용 담보에 비해 가입한도가 10분의 1 수준으로 낮은데다 경찰조사 단계는 보장하지 않아 운전자보험을 따로 알아보는 수밖에 없었다.

손해보험사들이 교통사고 시 변호사 선임 비용을 보상해주는 담보의 보상한도를 자동차보험에서만 턱없이 낮게 운영하고 있다. 똑같은 담보를 비싸게 팔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손해보험사(삼성·현대·DB·KB·메리츠) 가운데 삼성화재를 제외하면 자동차보험 내 변호사선임비 담보를 최대 500만원 한도로 판매<표 참조> 중이다.

삼성화재만 이달부터 운전자보험과 동일한 수준인 5000만원으로 한도를 높였다. 실상 지난달까지만 해도 변호사선임비의 보장한도를 500만원 이상 운영한 보험사는 없었던 셈이다. 

반면 운전자보험에서 가입할 수 있는 변호사선임비용 담보는 가입한도가 최대 5000만원에 달한다. 최근 핵심 트렌드인 변호사 선임비용 보장한도 확대마저 자동차보험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과거 운전자보험은 경찰 조사를 마치고 정식 기소되거나 구속됐을 때만 비용을 보장했다. 하지만 최근 신상품들은 경찰조사(불송치)부터 약식 기소·불기소까지 보장해 준다.

경찰조사 단계부터 변호사비를 보장하는 담보는 DB손보가 지난해 11월 처음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후 배타적사용권 기한이 끝난 올해 1월부터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주요 손보사들이 앞 다퉈 비슷한 상품을 내놨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 선임 비용의 보상한도는 최대 1억원까지 치솟았다. 교통사고 발생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이 과거보다 커졌다는 게 보상한도를 상향한 이유였다. 손보사간 고객유치 경쟁이 과열되자 금융감독원이 자제를 권고하면서 가입한도가 5000만원으로 낮아졌을 정도다. 

그러나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던 DB손보마저도 자동차보험에서는 보장범위가 과거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결국 소비자는 똑같은 담보를 고액 가입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운전자보험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손보사들이 불필요한 보험 가입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운전자보험에 변호사선임비 외에도 다른 담보를 끼워 팔면 월 5만원 이상 장기간 보험료 수입을 거둘 수 있는데 굳이 자동차보험으로 팔 이유가 없다”라며 “똑같은 담보를 더 많은 보험료를 받고 팔기 위한 꼼수라고 밖에 해석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 내 변호사선임비용과 관련한 한도 상향이나 보장범위 변경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본지 취재결과 상위사 가운데 메리츠화재만 한도 상향을 검토 중이다.

상위 손보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에서 타사들과 동일하게 있던 담보를 운전자보험에서 확장한 개념이고 추후에 자동차보험에서 보장확대나 상향 계획은 아직 없다”라며 “자동차보험 내 변호사선임비 특약은 고객의 니즈가 높지 않다”라고 말했다. 

한편 변호사비용과 함께 자동차보험 내 ‘법률비용지원 3종’으로 꼽히는 형사합의금과 벌금도 유독 자동차보험에서는 운전자보험의 절반에 미치지 못할 만큼 낮은 한도로 팔리는 상황이다. 올 들어 손보사마다 운전자보험의 형사합의금, 벌금 담보를 각각 최대 2억원, 3000만원까지 경쟁적으로 상향한 것과 상반된 행보다.

대한금융신문 안수교 hongsalami@kbanker.co.kr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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