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계약 매출 떨어지며 영업조직 이탈 뚜렷
“전속-자회사간 기능중복…갈등 고려해야” 

(사진=보험연구원)
(사진=보험연구원)

제조와 판매를 분리하는 ‘제판분리’ 진행은 생명보험업이 손해보험업보다 강도가 높았다.

26일 보험연구원 김동겸 연구위원은 ‘자회사형GA(보험대리점) 시장 평가와 과제’ CEO 레포트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현재 생명보험업에서 본사의 영업조직을 분사화해 판매자회사를 설립한 사례는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KB라이프생명, 흥국생명 등이 있다. 손해보험업권에서는 AIG손해보험(구 차티스)이 지난 2012년 대면 전속영업조직을 분리한 AIG어드바이저를 설립한 외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김 연구위원은 제판분리 진행 수준과 강도 측면에서 차이가 발생한 건 업권별 성장성과 판매인력 이탈 차이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0년대 생명보험업과 손해보험업의 기간별 매출(수입보험료) 연평균성장률을 비교하면 각각 3.5%, 6.2%로 생명보험업의 성장률이 더 낮았다. 같은 기간 개인형 생명보험의 신계약 건수 증가율은 -3.3%를 기록하며 신규 고객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설계사 정착률은 지난해 기준 각각 39.0%, 52.2%로 생명보험 전속설계사를 중심으로 한 영업조직 이탈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모두 성장성이 하락 추세나 생명보험의 진행 속도가 더 빠르다”라며 “이러한 성장률 차이는 영업조직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속영업조직을 완전히 떼어 내는 제판분리와 함께 판매자회사의 또 다른 형태로 자회사형 GA 설립이 이어지고 있다. 
 
자회사형 GA는 전속영업조직과 비전속영업조직의 중간 단계로 보험사가 판매조직에 대한 통제권을 일정 수준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설계사가 여러 회사의 상품을 취급하는 게 가능해 전속설계사의 이탈을 묶어두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자회사형 GA 역시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각각 9개사, 5개사로, 손해보험사보다는 생명보험사가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이후 자회사형 GA를 설립한 보험사는 신한라이프, 한화생명, KB라이프, 흥국생명, 현대해상, 하나손해보험 등이다. 

김 연구위원은 과거 자회사 GA가 모회사의 시장점유율 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제휴 보험사 수를 늘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모회사와 다른 업종의 보험사 위주로 제휴사를 구성하던 형태에서 벗어나 동종 보험사로 제휴 대상을 확대하는 식의 변화다.

다만 아직까지는 자회사형 GA가 거둬들인 모집수수료의 상당 부분을 모회사에 의존하고 있다. 매출 구조를 살펴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수수료 수입의 74.9%가 모회사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러한 보험사의 판매자회사 분리 움직임은 GA시장을 자회사GA와 일반 GA로 양분하고 있다. 특히 생명보험 판매자회사의 시장지위가 높아지고 있는데 대형GA 가운데 생명보험 판매자회사의 판매인력 점유율은 지난 2018년 2.3%에서 지난해 18.5%까지 상승했다.

김 연구위원은 “대규모 판매인력을 보유한 자회사형 GA가 등장하면서 시장지배력 확보를 위해 인수합병을 통한 영업조직 확대를 취하고 있다”라며 “보험사는 고유역량 및 각 판매채널에 대한 특성 평가・분석을 기반으로 마케팅 전략의 방향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영업조직 운영의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자회사형 GA 설립 및 운영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조직 내 갈등 문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라며 “기존 영업조직과의 기능중복 및 갈등문제로 야기될 수 있는 ‘자기잠식(Cannibalization)’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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