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 지키며 성읍마을서 술 빚는 강경순 명인
쌀보다 비싼 100% 차조로 술 빚는 무형문화재 술

제주도의 무형문화재 술 ‘오메기술’을 빚는 강경순 명인이 제주 성읍마을 자신의 공방(술다끄는집)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다끄는’은 ‘빚는’의 제주 사투리다. 공방은 그 자체가 제주다움으로 가득 차 있다. 강 명인을 찾은 계절, 제주도의 수국이 한창이었다.
제주도의 무형문화재 술 ‘오메기술’을 빚는 강경순 명인이 제주 성읍마을 자신의 공방(술다끄는집)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다끄는’은 ‘빚는’의 제주 사투리다. 공방은 그 자체가 제주다움으로 가득 차 있다. 강 명인을 찾은 계절, 제주도의 수국이 한창이었다.

제대로 된 술은 역사 속에서 지역의 생태적 특성과 문화를 어머니처럼 끌어안고 버티듯 만들어져 왔다. 지리적 환경이 척박하면 자연이 허락하는 만큼 그 조건에 맞춰 술을 빚었고 제도가 못 따라오면 그 한계 속에서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하면서 전통으로서의 술을 만들어왔다. 

제주도의 술도 그렇다. 화산섬이어서 쌀농사를 지을 수 없었고, 비와 눈은 많이 내리지만, 지하수로 흘러 생활에 필요한 물은 되레 부족했던 땅. 하지만 이곳 제주에도 인간의 생로병사는 비껴갈 수 없었고, 그런 까닭에 그 시공간을 채울 술은 필연적으로 만들어야 했다. 육지처럼 쌀로 술을 빚을 수는 없었지만, 제주는 제주의 것으로 문화를 만들었고 그 술을 전통으로 이어왔다. 

제주도 성읍마을에서 제주의 술을 제주도답게 다끄는(‘빚는’의 사투리) 강경순 명인을 만났다. 제주도의 무형문화재 술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을 빚었던 어머니 김을정(1925~2021)을 이어서 오메기술의 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제주도를 지키고 있는 양조 장인이다. 

강경순 명인의 ‘술 다끄는 집(술 빚는 집)’은 성읍마을 안쪽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1000년 수령의 느티나무와 팽나무 군락 근처에 있다. 주변 환경부터 제주도다움으로 가득 채워진 공간이다. 나무와 돌, 그리고 오메기술의 역사가 그의 공간에 채워져 있었다. 

강 명인은 1990년부터 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제주도의 술은 물론 음식까지 외부에 소개해 왔던 김을정 보유자를 돕다가 자연스럽게 술과 음식을 배우게 됐다고 한다. 집안 대소사 때 필요한 술과 음식도 같이 만들면서 몸에 밴 습관처럼 제주의 문화가 강 명인에게 체화된 것이다.  

오메기술은 차조로 만든 익반죽을 오목하게 만든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즉 차조의 제주 사투리가 아니라 ‘오목’의 제주 사투리다. 강 명인의 술은 100% 차조로 만든 술이다. 제주의 문화를 그대로 담아낸 술이기도 하다.

그가 빚는 술은 오메기술이다. 제주도 술을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술이름이다. 강 명인은 직접 차좁쌀 농사를 짓고, 그 차조를 갈아 가루를 내고 익반죽을 만들어 오메기떡을 만들고, 그 떡으로 술을 빚는다. 여기서 강 명인은 우리가 알고 있는 잘못된 상식 하나를 고쳐준다. “흔히 오메기를 차조의 사투리라고 알고 있는데, 그게 아니라 ‘오목한 모양’을 뜻하는 사투리”라고 말한다. 그리고 차조의 제주 사투리는 ‘흐린조’라고 부연한다. 즉 모양에서 따온 술이름인 것이다. 

강 명인의 오메기술은 단양주로 만든다. 제주도의 생태적 환경을 떠올리면 그럴 수밖에 없을 듯하다. 재료도 많지 않고 물도 귀한데 여러 차례 술밥을 줄 수 없어서 선택한 제주도만의 방법이었다. 심지어 술을 만들기 위해 만든 오메기떡을 솥에서 증기로 쪄내지 않고 물에 넣어 삶아냈다. 물도 귀해서 수증기로 날려 보낼 수 없었던 제주도의 척박한 삶의 한 풍경이라고 강 명인은 설명한다. 

그의 오메기술은 쌀보다 더 비싼 차조 100%를 넣어 빚는다. 제주도의 양조장 몇 군데에서 오메기술을 만들지만, 강 명인처럼 차조로만 빚는 곳은 없다. 이처럼 그는 제주도의 것을 제주도답게 만드는데 아낌이 없다. 심지어 상업 양조에 뜻을 두지 않아 찾아오는 관광객 정도에만 술을 파는데 2ℓ 한 병에 2만원을 받고 있다. 재료비가 걱정되는 가격이다. 

강 명인의 오메기술에는 특별함이 있다. 누룩부터 다르다. 제주도는 보리로 누룩을 만드는데, 강 명인의 누룩에는 홍국이 자리한다. 잘 빚은 누룩의 안쪽에 붉은색의 홍국곰팡이가 있는 것이다. 각종 성인병 예방에 좋다고 해 일부러 구해서 먹는 것 중의 하나가 홍국을 입힌 쌀이다. 그런 까닭에 그의 술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지도 모르겠다. 

휴가철이 성큼 다가왔다. 제주도 여행길에 성읍마을을 찾는다면 꼭 그곳에 있는 ‘술 다끄는 집’을 찾아보자. 그곳에서만 찾을 수 있는 제주도의 어제와 오늘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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