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변동성 커져 손실계좌 73%
떠나는 개미, 손 떼는 증권사들

2023년 8월 2일 17:0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증권사가 보유한 유사해외통화선물(FX마진거래) 계좌에서 상당 수가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한·하나·한국투자·키움증권 등 유사해외통화선물 계좌비율을 공시하는 4개 증권사의 올해 2분기 평균 손실계좌비율은 73.2%로 집계됐다. 손실계좌비율은 분기 동안 거래가 있거나 분기초부터 분기말까지 미결제약정을 보유한 계좌 잔액에서 손실이 난 계좌 비율을 말한다.

FX마진거래는 국제외환시장에서 직접 2개 통화를 동시에 매수·매도해 환차익을 얻는 기법으로, 투자위험도가 높은 상품으로 꼽힌다. 특정한 만기가 없으며 해당 통화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시세를 토대로 진입과 청산 주문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물거래와 유사하다.

회사별로 보면 신한투자증권의 손실 계좌 비율이 77.8%로 가장 높았다. FX마진거래에서 100명 중 78명은 적자를 봤다는 얘기다. 이어 한국투자증권 75%, 키움증권이 71%의 계좌에서 손실이 났고, 하나증권만 69%로 유일하게 70%를 넘지 않았다.

특히 FX마진거래 손실계좌 비율은 올 들어 상승하는 추세인데, 금융·외환시장의 불확실성과 환율 변동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손실계좌 비율이 증가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코로나 사태에 따른 급격한 통화 완화정책과 러·우크라 전쟁 등의 이유로 전세계적 하이퍼 인플레이션 현상과 이를 방어하기 위한 글로벌 각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이 짧은 주기를 가지고 급격하게 진행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FX마진거래는 레버리지로 인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대량의 외환포지션을 취할 수 있으나, 가격이 불규칙적으로 움직이면 높은 레버리지로 인해 손실이 크게 늘어난다. 작은 가격 움직임이라도 포지션과 반대방향 움직인다면 증거금보다도 큰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인 투자자들도 시장을 떠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FX마진거래의 개인 거래대금은 171억7023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246억984만달러) 대비 30.2%(74억3961만달러) 축소됐다. 2020년만 해도 상반기 거래대금이 645억9161만달러에 달할 정도였다.

시장이 위축되자 증권사들도 사업에서 손을 떼는 분위기다. 가령 에스아이증권은 올해부터 FX마진거래를 취급하지 않고 있다. 이보다 앞선 2020년에는 KB증권이 관련 업무를 중단한 바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FX마진을 통한 불법 사설 도박 사건 이후 상당수 증권사나 선물사에서 FX마진 사업을 철수했고, 현재는 국내 일부 증권·선물사는 소수 투자자들을 위해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라면서 "여러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과거의 활발한 시장 분위기로 회귀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유정화 기자 uzhwa@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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