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맹, 중국서 가져온 연꽃 시흥 관곡지에 식재
18ha 연꽃테마파크엔 여름꽃 ‘연꽃’이 절정 맞아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관곡지 전경이다. 조선 전기의 문신 강희맹이 중국 남경에서 씨를 가져와 처음 시배한 곳이다. 이 연꽃이 만발하면서 ‘연성’이라는 지명도 얻게 됐다.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관곡지 전경이다. 조선 전기의 문신 강희맹이 중국 남경에서 씨를 가져와 처음 시배한 곳이다. 이 연꽃이 만발하면서 ‘연성’이라는 지명도 얻게 됐다.

장마가 시작될 무렵 꽃봉오리를 피우는 연꽃은 대표적인 여름꽃이다. 그래서 긴 장마 끝에 삼복의 불볕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지금은 연꽃의 절정기라고 말할 수 있다. 상주의 공갈못, 전주의 덕진공원, 가평 봉선사 등 전국의 연꽃 명승지들이 이런 까닭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연꽃은 한여름 더위에도 아랑곳없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꼿꼿한 자존심과 한낮의 뙤약볕 앞에서는 꽃잎을 닫는 겸손을 함께 갖춘 꽃이다. 그런 연유로 절에서는 불교의 상징으로 삼고 있으며, 유학의 선비들도 귀히 여기며 여름꽃 연꽃을 완상해왔다. 

완상(玩賞)은 즐기며 감상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아스팔트를 녹일 기세로 덤비는 뙤약볕 아래서 완상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즐길 수도 없고 감상할 수도 없다. 그 덕에 만개한 연꽃은 부지런한 발걸음을 요구한다.

해가 뜰 무렵에 나가서 피어있는 연꽃을 바라보거나, 아니며 아예 하루를 작파하고 햇볕을 가릴 수 있는 그늘이나 정자에서 피서하며 연꽃을 즐기는 것이다. 

여름의 연꽃을 조선의 선비들이 얼마나 즐겼는지 연꽃을 구경하는 날까지 만들었을까. 이름하여 ‘관연절(觀蓮節)’이다. 음력 6월 24일 정도이니 올해는 말복과 같은 날짜다. 복의 한복판에서 연꽃을 본다는 것은 연꽃을 보며 더위를 피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조선의 선비들은 무슨 까닭에 이토록 연꽃을 즐기려 한 것일까. 그 단면을 알 수 있는 글이 몇 편 남아있다. 그중 하나가 조선의 22대 임금인 정조가 남긴 시 〈반지상련(盤池賞蓮)〉이다. ‘반지(盤池)’는 서대문 밖의 반송정 앞에 있던 연못을 말한다.

지금은 모두 사라졌지만, 농민신문 근처에 서지(西池)라는 이름의 큰 못이 있었으며 이곳이 서울의 대표적인 연꽃 관광지였던 모양이다. 정조는 이곳에서 연꽃을 감상하며 “만 그루 연꽃 십 리 멀리까지 향기 전하며”라고 연꽃 감상의 변을 남겼다. 

또 조선 후기의 실학자 서유구는 말년의 저작 《금화경독기》라는 책에서 “파초는 물가의 정자나 시원한 누대 곁에 연꽃과 짝하여 심는 것이 좋다. 고인이 ‘연꽃 만 그루를 심고 파초 반 부(畝) 그늘지게 해놓으면 사람의 영혼이 향긋해지고 살갗이 파랗게 된다”고 쓰고 있다. 
 

경기도 시흥시는 관곡지 주변에 ‘연꽃테마파크’를 조성했다. 장마가 시작할 무렵 피기 시작해 8월초순 절정기를 보낸다. 늦게는 9월까지도 꽃을 보여준다. 사진은 이른 아침부터 연꽃테마파크의 연꽃을 보기 위해 나온 시민들의 모습이다.
경기도 시흥시는 관곡지 주변에 ‘연꽃테마파크’를 조성했다. 장마가 시작할 무렵 피기 시작해 8월초순 절정기를 보낸다. 늦게는 9월까지도 꽃을 보여준다. 사진은 이른 아침부터 연꽃테마파크의 연꽃을 보기 위해 나온 시민들의 모습이다.

정조나 서유구 모두 연꽃 만 그루를 말하고 있다.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은 연꽃을 의미할 터이다. 또한 연꽃의 향기를 빠짐없이 말하고 있다. 그 향기를 담아 차로 마시기 위해 연꽃이 닫히기 전에 찻잎을 싸서 꽃에 두면 밤새 연꽃 향기가 배게 되고 이를 꺼내 다음 날 차로 우려 마셨다고 한다.

또 그대로 더위를 잊기 위해 연꽃을 바라보며 술을 마셨는데, 이를 피서음(避暑飮)이라고 했다. 특히 연잎의 줄기를 대롱 삼아 술을 마시는 벽통음(碧筒飮)은 여름 피서음의 절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더위를 피하고자 새벽 일찍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관곡지를 찾았다. 이곳은 조선의 초기의 문신 강희맹이 중국 남경을 다녀오면서 '전당홍'이라는 새로운 품종의 연꽃을 가져와 처음 심은 곳이다. 이후 연꽃이 흐드러지게 피자, 세조는 이곳을 연꽃이 큰 성을 이룬다는 뜻으로 '연성'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현재 이곳은 관곡지와 함께 18ha의 연꽃테마파크가 조성돼 있다. 일출 시간이 빨라서인지 새벽 시간이 무색하다. 하지만 활짝 핀 연꽃을 볼 수 있고, 또 그 꽃을 보는 부지런한 사람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연꽃테마파크 앞에 있는 낮은 동산에 조성된 전망대에 올라 전체를 조망하는 연밭도 그림이다.

만개한 연꽃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는 벌들의 모습에서 아침을 느낄 수도 있다. 필자가 찾은 여름 새벽에도 이미 많은 사람이 연꽃을 즐기기 위해 나와 있었으며 연꽃의 자태를 사진에 담기 위해 출사 나온 사람들도 제법 됐다. 

연꽃테마파크는 2007년 개장했다. 연꽃은 물론 다양한 수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천연기념물 저어새의 쉼터이기도 하다. 더운 태양을 이겨 먹겠다는 마음으로 찾을 만한 연꽃 관람지다. 연꽃의 절정은 앞으로도 일주일 정도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9월까지도 연꽃을 볼 수 있다. 가을이 가까워질수록 연꽃 씨가 들어 있는 연밥을 많이 보게 될 것이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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