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상환 느는데 발행은 뒷걸음
투심 위축되고 H지수 손실 우려

2023년 8월 8일 17:3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올해 국내외 주식시장이 강세를 나타내면서 조기상환을 포함한 전체 상환 규모가 늘어났지만, 신규 발행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잔액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국내 15개 증권사의 ELS(ELB 미포함) 발행잔액은 40조190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42조8079억원)과 비교하면 올 들어 8개월 만에 2조6178억원 가량 감소한 수치다.

삼성증권의 감소폭이 가장 가파랐다. 발행잔액은 3조3417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조75억원 감소했다.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도 각각 9746억원, 7259억원씩 줄었다. 대형 증권사 중에선 하나증권, NH투자증권 두 곳의 잔액만 소폭 증가했다.

ELS는 기초자산의 수익률에 따라 사전에 약속된 수익을 지급하는 투자상품이다. ELS 중 가장 일반적인 스텝다운형의 경우 기초자산의 수익률이 일정 기간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3~6개월 뒤 조기상환 시점에 원금과 이자를 지급한다.

발행잔액이 줄어든 건 과거 발행된 상품의 조기상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데, 신규 발행수요가 많지 않아서다.

지난해 글로벌 증시 악화로 조기상환이 지연되던 ELS 중 다수가 올해 지수가 반등하면서 6개월, 12개월째인 올해 3~4월 조기상환 물량이 크게 늘었다. 실제 올 들어 ELS 누적상환액은 21조3912억원인 반면, 신규 발행액은 18조7517억원에 그쳤다.

하반기 들어서도 이같은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최근 두달 동안 기존 3조4874억원 가량 상환이 이뤄진 데 반해, 신규 발행은 2조7943억원에 머물렀다. 

업계는 ELS시장 위축의 원인으로 올해 상승장에 중위험·중수익 추구 상품인 ELS의 투자매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점을 꼽는다. 재투자되지 않은 금액 중 상당수는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갔을 것으로 추정하는 의견도 다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통상 ELS 투자자는 조기상환을 받으면 다시 ELS에 재투자하는 경향이 높다"면서 "주로 발행을 결정짓는 건 투자자들의 수요인데, 잔액이 줄었다는 건 투자 수요가 예전만하지 않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손실 우려도 시장 위축의 한 원인으로 풀이된다.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은 16조원 규모에 달한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발행잔액이 줄어든 데는 투자 수요 위축뿐 아니라 발행사들이 홍콩H지수 연계 ELS에서 통상 손실 발생 구간(녹인·knock-in) 포지션이 해소가 안되는 부분이 있어서 적극적으로 발행에 나서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유정화 기자 uzhwa@kbanker.co.kr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