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포모’에 신용거래 활황
투자손실 키우는 반대매매도 급증
이복현 “신용융자 확대 자제해야”

2023년 7~8월 신용거래융자금 추이(자료: 금융투자협회)
2023년 7~8월 신용거래융자금 추이(자료: 금융투자협회)

최근 한달새 신용거래융자금 등 대출을 통해 주식을 구매하는 투자자들이 급증했다. 2차전지, 초전도체 등 테마주 주가가 급등하면서 시장이 과열된 영향이다.

문제는 해당 주식 가격이 하락하면서 투자손실 가능성도 빠르게 커졌다는 것이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신용거래융자금 잔액은 20조3448억원으로 올 7월초 19조3358억원 대비 1조원가량 늘었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고객에게 주식 매수자금을 대출해주는 걸 말한다. 보통 30~90일이 대출기한이 정해진다.

최근 주가가 치솟은 테마주에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이 심화하며 뛰어든 투자자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포모는 자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본인만 이익을 얻을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는 증상을 말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가 좋은 편이 아니다 보니 투자자들도 2차전지 등 테마주 중심으로 거래를 급격히 늘렸다”라며 “과열된 분위기가 빚투 증가에 충분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단기 빚투로 불리는 위탁매매 미수금도 최근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수금은 3일 정도의 외상거래 대금을 갚지 못해 생긴 외상금을 말한다. 지난달 28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은 777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방식은 주가가 오르면 원금 대비 큰 이익을 얻듯 주가 하락 시에도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이를테면 같은 10% 하락에도 원금 2000만원으로 투자할 경우엔 200만원 상당의 가치가 하락하지만, 빚내서 1000만원을 추가 투자할 경우엔 총 300만원 가치가 떨어진다.

특히 반대매매까지 시행되면 손실은 더 커질 수 있다. 반대매매는 고객이 빌린 돈을 약정한 기간 내 갚지 못할 경우 주식을 강제로 일괄매도하는 걸 말한다. 구매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매도되다 보니 투자손실 확대로 연결된다.

실제로 올 상반기 신용거래융자 반대매매 규모 증가세는 가팔랐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29개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반대매매 금액 월별 수치를 보면 카카오페이·DB금융투자·하이투자·상상인·교보·IBK투자·BNK투자·하나증권 등 8개 증권사의 올 상반기 규모가 작년 한해 치를 넘었다.

반대매매로 인한 우려가 확산하다 보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직접 나서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확대를 자제했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 8일 임원회의에서 “테마주 투자 열기에 편승한 증권사들의 공격적 신용융자 확대는 ‘빚투’를 야기할 수 있다”라며 경쟁이 심화하지 않도록 관리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신용거래가 늘어나 각사별로 한도가 거의 다 찬 상황으로 알고 있다. 이에 맞춰 신용거래를 중단하는 업체도 생긴 것”이라며 “(한도 여분과 상관없이) 증권사 전반적으로도 신용거래 종목과 한도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정태현 기자 jt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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