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인버스 2X WTI' 수익률 뚝
메리츠·삼성 ETN도 20%대 하락
"변동 큰 시장, 보수적 접근 필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가격 하락에 베팅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7월 7일~8월 9일) '신한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의 가격은 26.92% 떨어졌다. 이 기간 국내 모든 ETN 상품 가운데 수익률이 가장 낮았다.

WTI원유 선물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다른 ETN도 상황은 매한가지다. '메리츠 블룸버그 인버스 2X WTI선물 ETN'은 마이너스(-) 26.06%, '삼성 블룸버그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 25.71%, '삼성 인버스 2X WTI원유 ETN' 24.14% 등  ETN 곱버스 상품들의 수익률이 모두 -20%대로 집계됐다.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원유 곱버스로 불리는 이 상품들은 기본적으로 WTI 월물 수익률을 역으로 두 배만큼 추종한다. WTI원유 선물 가격이 떨어지면 두 배 수익을 낼 수 있지만, 반대로 가격이 오르면 돈을 잃는 구조다.

이 상품들의 수익률이 악화된 건 올해 급등락을 반복하던 WTI 가격이 최근 우상향을 그리고 있어서다. 국제유가가 오른 배경으론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을 줄이겠다고 나선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공급량을 제한하다 보니 유가가 상승세를 탄 것.

뉴욕상업거래소(NYMEX)는 9일(현지시간) 9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을 배럴당 84.40달러에 마감했다. WTI는 장중에는 84.65달러에 거래돼 지난해 11월이래 약 9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문제는 원유 가격이 오르는 사이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국내 투자자들도 늘어났다는 점이다. 개인투자자는 '신한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 등 국내 증시에 상장된 WTI 인버스 9개 ETN은 모두 순매수세를 보였다. 곱버스에 투자한 개미들의 손실률은 클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456억원어치 순매수한 '삼성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은 최근 한 달사이 4일을 제외하곤 모두 순매수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곱버스에 대해 흐름을 예측하고 매수하는 종목이 아닌 포트폴리오상 헤지(위험회피)를 위해 편입해야 하는 종목이라고 조언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변동성이 커질수록 레버리지나 곱버스 상품에 대한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며 "개인투자자들은 인버스를 헤지용 매매가 아닌 증시 하락 베팅용으로 쓰는 경향이 큰데 최근 유가 변동성이 커진 만큼 투자에 보수적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유정화 기자 uzhwa@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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