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 복잡·수수료 발생해, 2개월새 
돈 안되는 RA 알고리즘 21개 중단

코스콤이 로보어드바이저(RA) 사후심사를 도입한 이후 운용사들이 애써 개발한 알고리즘을 중단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14일 코스콤 테스트베드 센터에 따르면 지난 6월 21일부터 국내 16개 업체가 총 21개의 알고리즘 운용을 중단했다. 올해 중단된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 중에서 90% 가량이 최근 2개월 사이에 몰렸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투자전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알고리즘을 통해 투자 자산 배분을 자동화하는 서비스다. 

하나은행은 핀테크 스타트업인 크래프트테크놀로지와 개발해 6년간 운용해오던 알고리즘의 공시를 지난 10일 중단했다. RA 펀드 가입도 제한된다. 하나은행의 RA 펀드서비스 '하이로보' 개인연금은 이미 신규가입이 중단됐고, 리밸런싱 서비스는 오는 25일까지만 운영된다.

이외에 NH투자증권, 하나증권, 교보증권 등 증권사뿐 아니라 모핀, 깃플 등 핀테크 기업들도 각사가 운용하던 RA 알고리즘을 중단했다.

업계는 최근 RA 알고리즘이 잇따라 운용 중단되는 배경으로 코스콤의 사후운용 심사를 꼽는다. 코스콤은 지난 2016년부터 금융위로부터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센터 운영을 위임받아 로보어드바이저의 알고리즘 검증을 도맡아 하고있다.

최근 금융위가 발표한 'RA 규제 합리화 방안'에 따라 지난 6월부터 코스콤은 소비자 보호를 강화를 위한 사후운용심사를 개시했다.

사후운용 심사를 받지 않으면 공시가 중단되고, 테스트베드를 통과했더라도 RA 효력이 사라진다. 테스트베드를 통과한 이력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해당 알고리즘에 의한 상품 운용 또는 상용화는 불가능한 셈이다.

RA업체들은 매 분기마다 코스콤의 점검을 거쳐야 한다. 구체적으로 참여자가 운용 내역을 제출하면, 코스콤이 실제 거래 내역 등과 비교해 점검한다. 아울러 상품으로 출시된 알고리즘에 한해 연 1회 현장 실사도 실시한다.

심사수수료도 추가로 발생한다. 사후운용에 등록된 알고리즘 하나당 연 30만원이 청구되는데, 부담이 큰 금액은 아니지만 가뜩이나 수익이 크지 않은 RA 펀드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빠져나갈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 펀드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알고리즘을 활용해 운용하고 수익을 내는 과정에서 운용 대비 효율이 좋지 않다"면서 "수익이 잘 나지 않는데, 검사 절차까지 복잡해지면서 운용을 중단하는 회사들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콤은 사후 점검이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조치며 RA 알고리즘마다 사용하는 전략이 다르다 보니 검증을 위해 많은 인력과 시간을 투입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양훈석 코스콤 혁신금융기술심사팀장은 "코스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는 로보어드바이저의 올바른 운영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을 위해 마련됐으며, 최근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급성장 하는 상황에서 알고리즘의 사후 관리를 업체 자율에만 맡길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 하게 사후 검사가 추가됐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사후검사는 현재 공시되고 있는 수익률 자료의 신뢰성을 강화하고 이를 통한 소비자 보호에 목적이 있는 만큼 앞으로도 충실하게 심사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유정화 기자 uzhwa@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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