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활용범위 비교적 자유로워
이미 도입한 日…"기준 정비해야"

(사진=자본시장연구원)
(사진=자본시장연구원)

탄소 배출이 많아 '굴뚝기업'으로 불리는 철강, 운송, 제조업 등 기업의 자금 조달 수단으로 전환채권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고탄소 산업 의존도가 높은 만큼 전환채권을 국내에 도입하기 위해 기준 설정을 명확히하고 공시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2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박혜진 연구위원은 '전환채권의 글로벌 현황과 국내 시사점' 보고서에서 "적격 녹색 프로젝트를 찾지 못해 녹색채권 발행이 어려운 다배출 산업의 기업들은 전환채권 발행을 통해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기술과 설비 투자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고탄소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 전환채권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데 있어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환채권이란 산업의 본래 특성상 저탄소 전환이 매우 어려운 고탄소 산업(철강, 운송, 항공, 시멘트, 에너지 발전 등)의 탄소 저감이나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위해 고안된 채권이다. 최근 OECD는 고탄소 산업의 저탄소 전환 지원과 재정부담 감소를 위한 '전환금융' 활성화를 제안했는데, 여기서 전환채권은 주요 도구로 활용된다.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된 자금의 사용처를 녹색활동에만 국한하지 않는 탓에 기존의 녹색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의 활용범위가 넓다는 장점이 있다.

가령 전력회사가 기존의 석탄발전설비를 고효율 천연가스 발전설비로 대체하거나 해운회사가 중유에서 LNG로 선박 연료를 변경하는 사업 등은 엄밀히 말해 녹색활동이 아니기 때문에 녹색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탄소중립 달성에 필요한 과도기적 활동으로 인정될 수 있으므로 전환채권을 통한 자금조달은 가능할 수 있다.

이미 고탄소 산업의 비중이 높은 일본을 비롯한 해외 주요국에서는 이러한 전환채권의 장점을 빠르게 인지했다. 고탄소 산업 내 기업들의 전환채권 발행을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그러나 아직 전 세계적으로 전환채권 발행 규모는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2017년 5월 스페인 석유·가스 공급업체인 Repsol에서 5억유로(약 7000억원) 규모의 전환채권이 발행된 이후, 지난해 6월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30건 내외의 전환채권 발행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전환채권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배경으로는 전환채권에 대한 국제적 합의 기준이 없다는 점이 꼽힌다. 글로벌 표준의 부재는 위장 전환금융 홍보를 뜻하는 전환 워싱(transition washing)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또 녹색채권, 지속 가능연계채권과 같은 기존의 ESG 채권과의 차별성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박혜진 자본연 연구위원은 "여러 이슈에도 불구하고 전환채권은 탄소감축을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전환채권의 원활한 국내 도입을 위해 기준을 설정하고 전환워싱 방지를 위한 공시 체계 정비, 기존 녹색채권 및 지속가능연계채권과 차별화된 별도의 상품으로서의 가치 제고 노력이 활발히 전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유정화 기자 uzhwa@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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