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한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채널마케팅본부장

상장지수펀드(ETF)의 성장세가 놀랍다. ETF는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ETF 리서치 전문회사 ETFGI에 따르면 전 세계 ETF의 규모는 코로나 전인 2019년말 6조1000억달러에서 2023년 7월말 10조6000억달러로 73% 성장했다.

한국 시장은 2023년 7월 ETF 100조원 시대를 열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104조원(2023년 7월말)으로 코로나 이후 103% 성장했다. 전 세계에서 한국의 비중은 1% 남짓이지만 성장 속도만큼은 눈부시다. 거래대금 규모로 세계 3위, 상장 ETF 수는 748개로 세계 6위에 안착했다.

이와 같은 ETF 성장의 힘은 무엇일까. ETF는 코로나 팬데믹이 만들어 낸 이른바 ‘동학 개미’인 개인투자자의 요구에 부합하는 가장 민주적인 상품이기 때문이다. ETF는 부자든 가난하든, 개인이든 기관이든, 초보 든 전문가든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거래되고, 동일한 비용이 부과되며,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한다.

공모펀드의 정보 제한, 기관 전용 펀드의 가입자격 제한, 헤지 펀드의 최소 투자금액 제한과 같은 진입장벽이 없다. 물론 대주주 과세도 없다. 그뿐만 아니라 ETF는 쉽고, 빠르고, 비용 효율적인 데다 투자가 명확하다. 상품마저 다양해지면서 투자자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연금 시장을 주도하는 투자상품의 두 축은 타깃데이트펀드(TDF)와 ETF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연금 전용 TDF가 시장에 최초로 등장했다. 퇴직연금에서 적격 TDF를 100% 투자 가능하도록 제도가 변경되는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연금 대표 투자상품으로 자리 잡게 됐다. 생애주기에 따른 연금 투자솔루션과 낮은 변동성 대비 안정적인 수익이 시장의 호응을 얻으며 공모 펀드의 위축에도 불구 TDF의 시장규모는 2023년 4월 10조를 돌파했다.

그러나 팬데믹을 거치며 연금 시장에서도 직접 투자의 물결이 거세지고 있다. 연금저축계좌나 IRP에서 개별 주식은 투자할 수 없지만 ETF 투자는 가능하다. ETF는 직접 투자와 유사하면서도 낮은 비용과 거래 편의성 측면에서 공모펀드의 대안으로 자리 잡으며 연금계좌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대형 증권사 7개사를 자체 조사한 결과 2019년 4800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연금 계좌 ETF 투자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조 단위로 성장하다 13조원 수준(2023년 6월말)까지 성장했다. ETF 투자가 연금으로 확대되며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증권사에서만 가능했던 ETF 투자가 은행에 이어 보험사의 연금계좌까지도 가능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증권사 퇴직연금 ‘머니무브’ 현상을 막기 위한 결단으로 풀이된다. 더 높은 수익과 편리한 거래를 위해 다양한 ETF 상품을 보유하고 있는 증권사로 이동하는 연금 투자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ETF는 당연히 만능이 아니다. 다른 투자상품과 비교해서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연금에서 ETF를 활용한다는 것은 노후 대비라는 전쟁에서 새로운 무기를 얻는 것과 같다. 요즘 말로 ‘득템’하는 것이다. ETF는 잘만 활용하면 쉽고 편리한 그리고 효율적인 연금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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