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 중소는 퇴출, 상장사 128개사로
거래량 적고 고금리에 자금조달 난항

2023년 9월 14일 06:0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진입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되는 코넥스가 흔들린다. 시장 거래량이 적고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상장폐지 기업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 및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넥스 상장사 피엔아이컴퍼니는 퇴출 절차를 밟고 있다. 오는 15일까지 정리매매를 진행하고, 18일 폐지될 예정이다.

사유는 상장 지정자문인과 계약을 해지하고 30일 이내 새로운 자문인을 선임하는 규정을 어겼기 때문이다.

이번 상장폐지로 코넥스 기업 수는 지난해 말 보다 4개 감소한 128개가 된다. 지난 2016년 코넥스에 입성한 피엔아이컴퍼니는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장비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지난 2020년엔 제주자치도로부터 수출유망중소기업으로 지정받기도 했다.

이전상장 목적이 아닌 상장폐지 기업은 올해 벌써 10개사다. 작년 한 해(8개사) 보다도 많다. 올해 바이오시네틱스, 다이오진, 라이프사이언스테크놀로지 등 종목이 폐지됐다. 청광건설, 데이드림엔터테이먼트 두 회사는 자진해서 상장폐지를 신청했다.

통상적으로 코넥스 시장에 입성한 기업들은 3~4년 이내 코스닥 시장으로의 이전상장을 목표로 한다. 여기서 이전 상장하지 못하고 상장 폐지된 기업은 현재까지 상장된 289개사 중 69개사에 달할 정도다.

왜 코넥스에 입성한 기업들의 상장폐지가 늘어난 걸까. 업계는 각 회사마다 이유는 다를 수 있지만, 코넥스의 존재 이유인 자금 조달이 어려웠던 환경을 꼽는다.

코넥스에 따르면 상장사의 연도별 자금조달 실적은 2021년(5348억원)을 제외하곤 수년간 2000~300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연간 평균치에도 못 미치는 9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 그쳤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자금도 많지 않다. 지난달 일평균 거래대금은 22억8000만원 수준이다. 코스닥의 일평균 거래대금(12조1224억원)과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여기에 거래는 특정 기업에만 쏠리는데, 올해 거래대금 4893억원 중 약 64%가 시총 상위 10개 종목에서 나왔다.

이렇다 보니 자금조달도 사모에 편중되는 구조다. 기업의 인지도가 낮다 보니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낮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진행된 9건의 자금조달 중 8건이 사모 유상증자였고, 한 건은 전환사채를 이용한 방식이었다.

코넥스 상장사들이 자격을 유지하는데 실익이 크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상장사는 지정자문인에 연간 5000만원 가량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감사나 공시 관련 비용까지 포함하면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작년과 비교하면 올해는 금리가 급등한 영향으로 벤처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웠던 환경"이라며 "국내 시장 중 유독 코넥스가 타격이 더 큰데, 거래량이 적은 기업들 중심으로 상장사 지위를 유지할 필요성이 적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유정화 기자 uzhwa@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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