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석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 연구위원

빈집 재생, 지역활성화, 지방자치, 국가균형발전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일부 새마을금고의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에서 촉발된 부동산 대출채권 부실이 저축은행, 증권사 등 제2금융권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시중은행을 비롯한 제1금융권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PF 한도 감액, 심사 강화 등 보수적인 운용 기조를 유지하며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저축은행의 경우, 잠재 부실 가능성을 안고 있는 요주의여신 비중이 30%까지 확대됐다. 고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대출 규제 강화, 저축은행 PF 대출 자율 협약 등 연체율 관리에 매달리지만 위기감은 불식되지 않는다.  규모에 비해 부동산 PF 대출을 많이 취급, 조달 비용이나 고객 신용도 등 위험도가 높은 편에 속하는 게 원인이라는 진단이다. 또 금융당국조차 위기가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능력을 발휘하지 못해 신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대출 위기, 1차 원인은 불경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란 시행사가 부동산을 건축자금을 미래 예정수익인 분양수익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는 것을 말한다. 인허가 전단계의 '브리지론'부터 인허가 이후부터 분양 전까지의 '본PF' 등이다. 특히 '브리지론'은 3~6개월 동안 이뤄지는 연리 1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이다.  

따라서 부동산 경기가 좋고 금리가 낮을 때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분양대금으로 얼마든지 대출이자와 원금을 상환하고도 이익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금리가 높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 미분양 사태가 발생, 부실대출의 위기에 빠진다. 

그렇다면, 작금의 부동산 PF 위기의 본질은 무엇인가. 과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물론, 대출을 받아 건설한 부동산이 계획대로 잘 판매, 분양이 되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불경기가 심화돼 부동산 개발 이익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면 위기가 엄습한다.
 
심지어 한국은 지금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물가는 상승하는데 경기는 침체되고 있는 것이다. 물가도 잡고 자본유출도 막으려면 미국금리에 맞춰 금리를 더 올려야 하는데 경기 침체 가중 우려 때문에 고금리 정책도 쓸 수 없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부동산 대출 위기, 근본 원인은 지방소멸 
그렇다면 고금리 정책이 특효처방일까. 부동산 대출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 모든 문제는 현상이 아닌 원인을 찾아내 치유해야 해결된다. 금리 정책에 따른 변화는 단지 현상의, 결과의 변화일 뿐이다. 주로 대도시에서 발발하는 부동산 투자 광풍, 부동산 대출 위기라는 현상의 원인을 탐색하다보면 하나의 시대적 숙제로 수렴된다. 지방소멸이다. 

결국 도시의 부동산 문제는 일종의 사회병리학적 현상으로 규정할 수 있다. 국민들이 고향의, 지방의 멀쩡한 집을 놔두고 도시로 몰려와 생활전선, 생존경쟁에 매몰돼 살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동산 투자상품의 가치도 지닌 번듯한 내 집을 소유하고 싶은 욕심을 늘, 절실하게 품고 살아가기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심각한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 지방인구, 특히 농촌 인구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지역은 슬럼처럼 황폐화, 공동화되고 주민이 잃은 빈집도 크게 늘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3년 6월 기준 농촌 빈집은 6만6000채에 달한다.

위기감을 느낀 농식품부는 올초 ‘농촌 빈집 정비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2027년까지 농촌 빈집을 절반 수준으로 감축해 쾌적한 농촌 주거 공간을 조성하는 게 정책목표다. 빈집 전용 정책금융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민관 합동 빈집 재생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전국 빈집 현황을 알려주는 플랫폼 ‘빈집정보알림e’도 구축하고 있다. 

다사(多死)사회 일본은 한국의 선행지표 
초고령 사회이자 다사(多死) 사회인 일본사회는 한국사회의 선행지표다. 일본 정부도 정부 차원에서 빈집 대책을 이미 추진하고 있다. 2015년부터 빈집의 리모델링을 간소화하는 촉진구역 설정 등 ‘빈집 대책 특별조치법’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빈집정책은 ‘빈집뱅크’다. 지자체가 웹사이트에 빈집을 공개하고 빈집에 살고 싶은 사람에게 지방정부가 리모델링 예산을 지원한다. 빈집으로 방치되기 전에 먼저 방지하는 정책에 더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부동산 컨설팅 ‘사쿠라 사무소’는 ‘친가의 미래 맵’서비스를 제공한다. 향후 발생할 수선비, 예상 매각액, 임대료 등의 진단자료를 제공한다. 빈집의 우려를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가 함께 고민하게 하려는 목적이다. 

현재 일본에서 장기간 거주하지 않고 방치된 빈집은 350만채에 달한다고 한다. 현재의 추세라면 오는 2030년에는 총 470만채에 다다를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왔다. 빈집 문제는 방범과 위생, 경관 등 지역사회의 환경과 분위기에 적지 않은 악영향도 끼친다.

부동산 문제 악순환의 고리는, 고령화 및 다사사회에서 지방 황폐화 및 공동화로, 도시 또는 수도권 과밀집중에서 부동산 과열 투기 일상화 및 부동산 상품 과잉공급 구조화로, 결국 부동산 대출 위기 등으로 만성적, 고질적으로 이어진다. 그 구조적 문제는 금융정책, 산업정책, 경제정책으로는 일시적인 미봉책의 효과 이상은 거둘 수 없다. 빈집 재생, 지역활성화, 지방자치, 국가균형발전 등의 지역정책, 사회정책이 아니면 악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부동산 PF 대출 위기의 유일한 근본대책은 바로 지방소멸 대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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