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부동산 PF가 한국 경제 위기를 촉발하는 뇌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다. 부동산 PF뿐 아니라 전세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부채 규모가 커지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국제기구에서도 제기되며 확산되고 있다.

부채규모가 큰 상황에서 금리가 높아지면 가계의 부채 비용 부담이 높아져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문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PF나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가계부채는 가계의 주거서비스에 대한 수요, 기업의 부동산 개발을 통한 이익 추구가 금융과 연계돼 있는데, 이 연결고리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 

가계의 부채 비용 부담 증가는 최근 발표된 은행 연체율에서도 볼 수 있고, 부동산 PF대출 연체율이 높아지는 것은 기업의 수익성 악화를 보여주는데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상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주택담보대출이나 부동산 PF 등 부동산 금융의 어떤 특성이 우려의 원인인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부동산 PF는 부동산 사업에서 창출할 미래의 기대가치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 건물을 짓고 분양을 한다. 사업 단계별로 발생하는 위험은 금융회사가 평가하고 인수하거나, 혹은 유동화하여 투자자들에게 분산한다. 부동산 PF의 시작인 사업 인·허가, 토지 매입 단계에서는 사업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금융회사는 높은 금리와 수수료를 사업주에게 요구할 수 있다. 

사업에 필요한 자금은 사업주의 채무를 보증하거나 대출을 통해 조달되는데, 채무보증은 주로 증권사가 사업주의 단기채권 발행을 보증하는 방식이고 대출은 브릿지 론을 통해 이뤄진다. 대출의 경우 브릿지 론은 공사가 시작되면 본PF대출로 전환되고 대출금은 신탁자금으로 전환, 공사 진척 수준에 따라 자금이 공사에 투입된다. 자금을 공여한 금융회사는 이를 통해 사업주의 도덕적 해이,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과 분양 위험을 관리한다. 

분양 위험이 높아지면 사업주에게 추가적인 수수료와 금리를 요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사업주의 분양률 제고 노력을 유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분양이 되면 금융회사는 대출금, 이자, 수수료를 회수할 수 있고 사업주는 분양 수익을 얻게 된다. 

부동산 PF 문제가 부각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부동산의 미래가치 평가에서 발생하는데, 사업이 좌초되거나 분양률이 낮아질 경우 부동산의 미래가치를 담보로 조달한 자금 상환이 어려워지고 여기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손실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투자자들마다 미래 기대수익, 위험에 대한 평가가 다르기 때문에 위험이 분산돼 시장 기능이 작동해왔지만, 대다수 투자자들이 부동산의 미래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여기에 쏠리는 행태(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 부동산 PF 비중을 높이는 행태), 즉 집단적 행동(Herd Behavior)은 가치평가에 대한 왜곡을 가져오고 위험을 높이게 된다. 

부동산 PF의 문제는 최근에 부각된 문제가 아니라 이미 2010년 전후에도 있었다. 당시에는 저축은행, 은행들이 대출한 브릿지 론에서 부실이 발생하면서 문제가 됐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증권회사, 저축은행 등에서 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은행은 2010년 전후 브릿지 론 사태를 겪으면서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에 위험관리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고, 보험회사의 경우도 부채의 특성상 위험관리를 강조하기 때문에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부동산 PF 부실이 적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위기가 반복되고 금융회사들의 집단적 행동이 초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동산의 미래 가치에 대한 평가가 높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소위 “강남불패”, “똘똘한 한 채” 등 부동산 투자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평가를 볼 수 있는 표현은 수십 년 동안 변하지 않는다. 영혼까지 끌어 모아 아파트를 사면 3~4년 후 아파트 가치는 매입금액을 제외하고도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인식됐다. 

이러한 인식에서 우리나라 금융산업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담보를 제공하는 차입자에게 더 좋은 조건으로 여신을 제공하는 관행은 지속되고, 해외투자를 하더라도 해외 부동산 투자를 더 선호한다. 해외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국내시장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에서 금융사업을 하기보다는 해외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해 투자 및 임대수익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IMF 외환위기가 발생한 지 30년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인수하는 위험, 관행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직장인 신용대출 등 여신시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증권은 여전히 주식매매 수수료 비중이 높다. 보험업은 보장성 보험, 실손 자동차보험 등 가계성 보험에 매몰돼 있다.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지 못하기 때문에 과거에 했었던 사업, 다른 나라 금융회사가 했었던 사업 등 소위 ‘사례’에 근거해서 금융사업을 지속하기 때문에 부동산 PF 문제가 반복되고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어떤 위험이 초래될 것인지 궁금하다면 과거에 우리가 겪었던 위험을 되짚어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우리 금융산업이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고 발전하지 않았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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