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펀딩 1년에 꼴랑 1건
KSM 연간 거래대금 2억 불과
7년째 끌려왔지만…‘개점휴업’

2023년 9월 22일 16:15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소‧창업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되는 금융투자업계 지원사업들이 정부의 무관심 속에 개점휴업 상태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온라인소액투자중개) 포털 크라우드넷에 따르면 올 들어 증권사가 중개를 맡았던 거래는 단 1건뿐이다. 그나마 크라우드펀딩 중개를 이어가고 있는 증권사는 기획재정부가 최대주주인 모회사를 둔 IBK투자증권 뿐이다.

크라우드펀딩은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등이 불특정 다수의 소액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투자 창구다. 여기서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들이 크라우드펀딩을 중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자금조달이 어려운 신생·창업기업 등에 대한 원활한 자금 공급을 위해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제도화했다. 이어 2016년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중소기업 특화 금융투자회사를 지정해, 크라우드펀딩 중개 역할을 맡겼다.

중기특화 증권사들의 실적 기준에는 크라우드펀딩 중개 실적이 활용된다. 그러나 IBK투자증권을 제외하고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에셋증권 등의 중개는 이미 멈춘 지 오래다. 2017년 62건이었던 증권사 크라우드펀딩 중개는 가파르게 줄어 들어 최근 4년 동안은 매년 1건씩에 그쳤다.

증권사들은 사업 초기만 해도 당장의 수익성 보다 벤처기업과 관계를 쌓아 향후 기업공개(IPO)시 주관업무를 맡기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신생기업의 펀딩을 중개하느라 리스크도 큰데, 펀딩규모 자체가 작다 보니 사업을 하나둘 접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크라우드펀딩 중개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금융당국의 무관심”이라며 “사업자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당국에서 다른 현안에 밀려 논의되지 않거나 담당자가 바뀌며 무산되는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회수 시장 역시 정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크라우드펀딩 기업의 자금 회수를 위해 개설한 한국거래소 스타트업 시장(KSM)은 출범 7년이 지난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KSM은 스타트업의 성장 사다리 역할을 표방하며 지난 2016년 출범했다.

KSM이 개설된 후 7년이 지났지만, 여태껏 코스닥이나 코넥스 시장으로 옮겨간 기업은 단 1곳이다. 코스닥, 코넥스로 이어지는 성장 사다리 구축이란 당초 목표가 무색할 정도다.

마켓으로서 역할도 미진하다. 올해 KSM의 총 거래대금은 2억3177만원이다. 2021년 1억1569만원, 지난해 1억6188만원 등 최근 3년간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올해 KSM에서 한 번이라도 거래된 종목은 4개에 불과하다.

KSM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로는 같은 제도권 장외시장인 K-OTC와는 다르게 양도세 비과세 혜택이 없다는 점이 꼽힌다. 앞서 KSM에 있던 기업이 세제 혜택을 이유로 K-OTC로 옮긴 사례도 있었다.

업계는 코넥스 시장이 부진한 영향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 거래량이 적고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넥스에 진입할 매력이 떨어지면서 KSM을 통해 코넥스로 가야하는 유인도 적어졌다는 얘기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OTC와 같은 제도권 장외시장이 자리 잡으면서 KSM이 존재감을 발휘하기 어렵다"며 "최근에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팅도 대기업이 막대한 자본금을 투입해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유정화 기자 uzhwa@kbanker.co.kr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