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5개월 예 은행장에 중징계 리스크
강도 높은 연대책임, 경영확장 발목잡나
“과징금 상향 등 실효적 대안 필요”

BNK경남은행을 비롯해 내부통제 사고가 잇달아 터진 은행권에 금융감독원이 강도 높은 제재를 고려하고 있다(사진=금감원).
BNK경남은행을 비롯해 내부통제 사고가 잇달아 터진 은행권에 금융감독원이 강도 높은 제재를 고려하고 있다(사진=금감원).

2023년 09월 25일 05:15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예경탁 BNK경남은행장이 취임 5개월여 만에 중징계 리스크 위기를 맞았다. 취임 한참 전 발생한 내부통제 부실 사고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잇달아 발생하는 금융사고에 강도 높은 제재안을 마련하는 분위기다. 일명 ‘CEO 연좌제’인데,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취임 5개월’ 행장도 중징계?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0일부터 경남은행에 긴급 현장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남은행 투자금융부에서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 A씨는 지난 2009년 5월부터 2022년 7월까지 본인이 관리하던 17개 PF사업장에서 총 2988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역대 최대 규모인 이번 횡령 사고에 대해 금감원은 강도 높은 제재를 시사하고 있다. 사고자 및 관련 임직원은 물론 예 행장에게까지 책임을 물을 것으로 관측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횡령액 사용처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며 “내부통제 부실 문제와 관련해선 13년에 걸쳐 벌어진 사고로 현 은행장, 직전 행장, 10년 전 행장 중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건지는 검사 이후 관련자들을 가려내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예 행장이 취임한 건 지난 4월 1일이다. 경남은행이 이번 사고 정황을 인지한 것도 같은 달 초로 그의 취임과 맞물린 때다.

일각에선 예 행장의 책임론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현 CEO에게 재임 기간에 발생하지 않은 회사 과오에 대한 연좌제를 적용하는 건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연좌제 실효성 두고 ‘갑론을박’


경남은행을 비롯, 최근 은행권 내부통제 사고가 연달아 터지자 금융권에선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중대법)’이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대법은 중대한 산업재해에 의한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법률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도 지난 6월 금융권 협회장 간담회를 열고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했다. 

대형은행 기준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20~30명가량의 경영진에 금융사고나 직원의 일탈 행위 발생 시 법적 책임을 나눠지도록 하는 걸 골자로 한다.

다만 금융사고와 관련 없는 CEO에게 재임 기간에 발생하지 않은 회사 과오에 대한 연좌제를 적용하는 건 부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좌제란 범죄인과 특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연대 책임을 묻고 처벌하는 제도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현 CEO가 자리에 없을 때 일어난 일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는 게 금융사고 방지에 효과적일지 의문”이라며 “CEO 연좌제는 신임 행장의 경영 리더십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신사업 개척 등 경영 활동의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도 책임 소급 적용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경제학박사는 “당시 책임을 현 CEO에게 소급 적용토록 하면 여러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며 “과징금 처벌 수위를 실효성 있는 수준으로 높이거나, 개인의 일탈을 금융기관 내부에서 더블체크(재확인)할 수 있도록 더 촘촘한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당국의 내부통제 강화 노력에도 금융사고 규모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양정숙 의원(무소속)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 8월까지 78개 금융기관에서 총 327건(1704억원)의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금액은 2017년 144억원에서 2018년 112억원으로 줄었다가 2019년 131억원, 2020년 177억원, 2021년 261억원, 2022년 8월까지 876억원으로 급증했다.

대한금융신문 이연경 기자 lyk@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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