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심사 강화에 소비자피해 급증
“금감원 단발성 관리, 보험사 배 불리기”

보험 관련 피해구제 처리 결과(표=양정숙 의원실).
보험 관련 피해구제 처리 결과(표=양정숙 의원실).

국내 보험사들이 올 상반기 9조1440억원의 사상최대 순익을 거둔 가운데 소비자들의 피해구제 신청 건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험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작년 37건에서 올해 8월 428건으로 11.5배 이상 급증했다.

최근 4년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보험 관련 피해구제 건수는 총 531건이다. 이중 올 8월까지 발생한 접수 건수가 428건으로 지난 3년 누적치보다 4.1배 많았다.

연도별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2020 년 12건 △2021년 54건 △2022년 37건으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지만 올해 들어 428건으로 폭증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최근 보험 관련 피해구제 접수가 크게 증가한 이유를 실손보험 심사기준 강화 때문이라고 밝혔다.

보험사 심사기준 강화는 지난 2021년에도 시도됐지만, 당시 금융감독원이 각 보험사에 실손보험 인수심사 기준 근거를 모두 제출하라고 제동을 걸면서 잠잠해진 바 있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작년 4세대 실손보험와 함께 심사기준 강화 및 새 심사기준 등을 마련하면서 소비자 피해가 다시 늘었고, 이에 따라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양정숙 의원은 “금감원이 소비자 보험 피해를 단발성으로 관리하고, 보험사들은 그 틈에 자기 배를 불리면서 소비자 권익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며 “금감원이 소비자 피해 예방과 권익 보호를 최우선적으로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보험사들을 감독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피해구제 신청이 늘어나고 있는 한편, 실제 구제 비율은 매우 낮은 실정이다.

피해구제 접수 531건 중 구제가 결정된 것은 131건(24.7%)에 불과하며, 나머지 400건(75.3%)은 피해를 구제받지 못했거나 처리 중이다.

피해구제 결정내용은 ‘계약이행’ 73건(55.7%), ‘부당행위 시정’ 47건(35.9%), ‘환급’ 6건(4.6%), ‘ 배상’ 5건(3.8%) 순이었고, ‘계약해제’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구제가 결정되지 않은 400건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30건을 제외한 370건은 모두 보험사가 피해구제를 동의하지 않은 경우로 ‘정보만 제공’이 277건(74.9%)으로 가장 많았으며 ‘조정신청’ 59건(16.0%), ‘취하·중지’ 32건(8.6%), ‘처리불능’ 2건(0.5%)으로 집계됐다.

대한금융신문 이연경 기자 lyk@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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