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중소상공인은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20%로 600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의 비중에 비해 제공되는 금융서비스는 결제 관련 서비스 위주로 발달돼 있다. 사업을 확장시키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여신 서비스는 여전히 담보대출이나 정책 자금 지원(보증기관의 보증대출 등)에 집중돼 양과 질에서 모두 부족한 상태이다.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이 중소상공인 신용대출에 소극적인 이유는 크게 보면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번째는 중소상공인들이 일반적인 직장인에 비해 부실 가능성이 높다기 보다 가능성을 판단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사업자는 직장인과 달리 소득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비즈니스’를 평가해야 하는데 이를 판단할 데이터가 부족했다.

두 번째는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과 달리 자동화된 신용평가모델이 발달하지 못했다. 기존에는 금융기관 직원이 대면·수기로 진행해야 하고 건당 대출규모가 작아 다른 대출상품 대비 금융기관의 수익성이 낮은 상품으로 분류돼 적극적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세 번째는 중소상공인들은 사업을 확장하고 운영하는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어, 간편하고 빠른 대출 서비스가 필요하나 대부분의 기업 대출 과정이 대면 서류 심사를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중소상공인들이 이러한 절차와 과정을 소화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중소상공인 영역에서 가속화된 디지털 전환과 이커머스의 부상, O2O서비스, 장부관리 등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서비스의 확산은 불모지로 여겨졌던 중소상공인 신용평가와 대출서비스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고 있다.

첫 번째 어려움이었던 평가데이터는 이제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자향 IT서비스에 이미 넘쳐나고 있다. 데이터 연동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소상공인의 정확한 판매, 구매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두 번째인 수익성의 문제는 다양한 자동화 솔루션과 AI기술을 통해 모객에서 심사와 사후관리까지 전과정을 비대면 자동화하여 해결 가능하다. 이는 비용 절감으로 이어져 금융기관들의 수익성에 대한 고민을 줄여준다.

세 번째인 이용 편의성은 최근 떠오르는 임베디드 금융 방식을 통해 해결 가능하다. 사업자들이 사업 과정에서 이용하는 각종 서비스나 플랫폼에 금융서비스를 탑재함으로써 금융기관 방문 없이 원클릭으로 매입자금을 대신 결제할 수도 있고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안타깝게도, 중소상공인 신용대출 영역에서의 혁신은 아쉽게도 외국이 우리나라보다 많이 앞서 있다.

이미 10년 전부터 미국의 캐비지(Kabbage)와 같은 핀테크 기업은 거래 기록을 수집해 7분 안에 신용대출을 승인하고 실행하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도 어스파이어(Aspire)나 크레딜린크(Credilinq) 같은 기업들이 중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데이터 기반 대출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이러한 혁신적인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이나 윙크스톤파트너스와 같은 기업들이 중소상공인들의 사업 데이터를 활용해 여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이와 같은 서비스를 출시해 국내 중소상공인들의 성공에 보탬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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