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수탁고 8개월새 20조→11조
높은 보수료 고집하다 곳간 비어

BNK자산운용이 법인 머니마켓펀드(MMF) 유치 경쟁의 최대 피해자가 됐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BNK운용의 법인 MMF 수탁고가 8개월새 9조원이나 증발했다.

지난해 말 8조757억원에서 올해 2월 13조9353억원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꾸준히 감소세를 그리다 가장 최근 공시인 13일 기준 4조6076억원까지 쪼그라든 것이다.

운용사간 유치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비교적 높은 보수료를 고집한 게 원인이 됐다.

올해 MMF로 자금 유입이 큰 주요 운용사의 법인 MMF 보수료율을 살펴보면 ‘삼성베스트MMF법인1’ 0.078%, ‘미래에셋법인전용MMF1호’ 0.08%, ’‘KB 법인용 MMF’ 0.09% 등으로 BNK운용(0.1%) 보다 낮았다.

법인 MMF는 단기 파킹 성격이 강하고 자금도 조단위라 보수료율 0.01%포인트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법인 MMF는 보수료율은 높지 않지만 자금이 크고 자금 유출입을 예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라며 “법인은 단기로 자금을 맡기다 보니 수익률과 총 보수를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자금 유출은 BNK운용의 곳간마저 비웠다. 지난 13일 기준 AUM(펀드설정액+투자일임)은 11조2196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3조378억원이나 감소했다.

법인 MMF를 포함한 펀드설정액이 2조9756억원 줄어든 영향이다. 이는 같은 기간 28개 자산운용사의 펀드설정액 감소액의 합(3조1252억원)과 맞먹을 정도다.

상황이 지속된다면 BNK운용의 수익성 역시 악화할 전망이다. 펀드 판매 수수료나 펀드 운용보수가 주 수입원인 자산운용사에게 AUM은 규모를 판단하는 척도다.

한편 지난 2월 이후 MMF 수탁고가 줄어든 건 업계 공통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다른 운용사들이 어느 정도 MMF 잔액을 회복하는 동안 BNK운용은 쭉 감소세를 보였다.

MMF는 만기가 짧은 국고채나 기업어음(CP) 등 단기물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수익률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언제든 입출금이 가능하고 환매 기간이 짧아 단기 자금을 굴리는 용도로 주로 활용된다.

대한금융신문 유정화 기자 uzhwa@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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