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사 있는 백암산은 오는 주말이 최고일 듯
멋진 단풍 이유는 작고 얇은 '애기단풍'잎 덕분

▲내장산 국립공원 중 백암산의 모습이다. 특히 백학봉을 배경으로 백양사 쌍계루를 담은 모습은 특히 아름답다.
▲내장산 국립공원 중 백암산의 모습이다. 특히 백학봉을 배경으로 백양사 쌍계루를 담은 모습은 특히 아름답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단풍철에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는 전라북도 정읍과 전라남도 장성에 걸쳐 있는 내장산국립공원이다.

지난달 KB국민카드가 단풍 절정기 주요 산의 상권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평균적으로 단풍철 매출이 37% 정도 증가했지만, 내장산만큼은 평소보다 2배 이상 늘었다고 발표했다. 내장산과 백암산 두 산을 묶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곳의 단풍이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이곳의 단풍이 아름다운 것은 우리나라에서만 자란다는 ‘애기단풍’ 덕분이다. 아기 손만큼이나 작은 나뭇잎에 가을이 젖어 들면 다른 단풍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맑고 깨끗한 붉은색의 단풍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륙지역이어서 일교차가 여느 지역보다 커 더 선명한 단풍빛깔을 띤다고 한다.

더불어 은행나무의 단풍은 아직 이르겠지만, 상수리나무와 생강나무, 느티나무 등 노란색 단풍과 어우러지면 산 어디를 가든 다 절경이 된다. 

지난달 말 백암산을 찾았다. ‘내장’의 단풍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때 이르게 찾아온 탓인지 원하는 절경의 단풍은 아니었다. 아마도 11월초, ‘내장’의 단풍은 절정을 이룰 것 같다. 특히 백양사 일주문에서 쌍계루, 운문암에 이르는 백양 계곡의 단풍길은 11월 9일 전후에 최고의 가을색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찾은 10월 말의 백양사 단풍은 절 인근에서 주로 찾을 수 있었고, 계곡과 산에서는 드문드문 붉게 물든 애기단풍을 만날 수 있었다. 가을이 다가오는 것은 어디서든 느낄 수 있었지만, 전국 제일이라는 국보급 단풍이라는 이름에 아직 많이 못 미쳤다.  

백암산 산행은 단풍도 단풍이지만 이 산에서만 만날 수 있는 식물, 흔히 깃대종을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검은색 열매가 열리는 굴거리나무 군락지가 곳곳에 있으며 백양사와 백암산 일대에는 비자나무 군락이 넓게 펼쳐져 있다. 어디 이뿐이랴. 이른 봄에 이곳에 온다면 백양사에서 볼 수 있는 백양꽃, 그리고 전국 4대 매화 중 하나인 ‘고불매’도 만날 수 있다.  

백양사가 있는 백암산은 주봉인 상왕봉(741m)보다 규모에 압도되어 시선을 빼앗기는 암석을 지닌 백학봉(651m)이 산세를 좌우한다고 말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강원의 준봉들에 비해 높이는 낮지만, 첩첩이 산중인 건 비슷하다. 특히 백학봉 정상을 배경으로 백양사의 대웅전을 바라보는 풍경과 쌍계루에서 백학봉을 보는 경치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최고의 절경이라고 말할 수 있는 뷰포인트다.  

그렇다면 단풍을 즐기려면 어떤 코스를 취하는 것이 좋을까. 백양사에서 운문암 방향의 백양계곡도 대표적인 단풍 명승지지만, 백양사에서 백학봉으로 오르는 길을 선택해도 후회하지 않을 단풍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약사암 입구에서 약사암까지 가는 길에서 만나는 단풍은 그중에서도 으뜸이다. 내장산의 동구에서 내장사에 이르는 3km의 길처럼 단풍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길은 계단길이다. 정상까지는 1670여 계단, 그리고 약사암까지는 300계단 정도 된다. 백양사에서 보는 멋진 풍광을 생각한다면 급경사의 오르막도 기꺼이 치룰 수 있는 가치가 있는 길이다.

▲백화봉에서 백양사 계곡을 내려다 본 모습이다. 웅장한 백양사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백화봉에서 백양사 계곡을 내려다 본 모습이다. 웅장한 백양사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계단길을 오르며 되돌아볼 때마다 백양사가 앉아 있는 계곡을 볼 수 있다. 점점 작아지면서 손에 잡힐듯 눈을 채우는 풍경도 즐길만하다. 게다가 약사암에서 계속 오르다보면 만나게 되는 영천굴의 약수는 목마름을 덜어내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물로 유명하다. 

필자는 백양사 주차장에 차를 두고 환종주를 했기 때문에 능선길을 따라 기린봉을 거쳐 상왕봉에 이르러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은 운문암으로 내려와 백양계곡을 따라 백양사에 이르는 길이다. 물이 많아 이 곳의 단풍도 유명하다. 운문암은 승려들의 정진하는 도량으로 일반인들의 출입을 금하고 있다.

이곳이 유명한 것은 대둔산의 태고사와 변산반도의 월명암과 함께 전국 3대 수행도량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풍수가에 따르면 운문암에서 백양계곡을 통해 바라보는 산자락 풍광이 마치 산을 신하처럼 거느린 형상이라고 말한다.  

만약 시간이 충분하고 안내산악회의 도움을 받아 산행을 한다면 종주코스로 잡아 내장산과 백암산을 동시에 즐길 수도 있다. 백양사에서 시작한다면 백학봉에서 기린봉 상왕봉, 그리고 순창새재와 소둥근재를 넘어 내장산의 까치봉으로 가 내장사로 하산하는 방법이다. 거리는 12km 남짓 되며 시간은 7시간 이상 걸리는 길이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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