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전면금지 조치로 국내 증시의 선진시장 편입의 꿈도 멀어졌다. 명분은 시장의 신뢰 회복이지만 심중엔 총선 표심에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이번 금지는 그간 있던 세 차례의 공매도 전면 금지와는 상황 자체가 다르다. 공매도 금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 등 세 차례 거시경제 변수로 시장의 공포가 극에 달할 때 이뤄졌다.

경제가 녹록치는 않지만, 현재를 국가적인 경제위기로 보긴 어렵다. 시장의 불안 때문에 공매도 전면금지에 나서겠다는 논리 보단 5개월 남은 총선에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다.

전면 금지가 발표된 오늘, 코스피는 장중 2400선을 돌파했다. 앞으로도 개미들은 주가 상승을 기대할지 모른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공매도 전면 금지 후 한동안은 주가 상승이 나타나기도 한다. 당분간 그 기대가 충족될 수도 있다.

그런데 국내 자본시장의 숙원,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는 잊은 걸까. 그간 정부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DM) 지수 편입을 위해 MSCI가 내준 숙제를 하나 둘 해치우는 느낌이 강했다.

연초부터 외국인 투자자에 진입 문턱을 낮추고 깜깜이 배당 관행에 손을 대는 등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맞춤 정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MSCI에 편입되면 수백억 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거란 분석도 나왔다.

금융위는 주식 투자자들의 공공의 적이나 다름없는 공매도의 순기능을 강조하며 지원해왔다. 주가의 거품을 제거해 적정한 가격을 유도하는 기능이 있고, 전면 금지하는 선진국이 없는 만큼 공매도 금지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올해 MSCI 관찰대상국 지위를 받는 덴 실패했지만 유의미한 성과도 있었다. MSCI 연례 시장 평가 결과에서 한국의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 외국인 투자자의 접근성 제고 방안 등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방안이 언급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도 올해 결과보다는 현재 가시화되고 있는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머지않아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국제 흐름과 동떨어진 이번 공매도 금지 초지로 정부는 스스로 한국 증시의 신뢰도를 낮추는 꼴이 됐다. 목표였던 오는 2026년 6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확정 시점은 더 미뤄질 게 유력하다.

오죽하면 세계적 통신사 블룸버그도 "공매도 금지는 한국이 신흥시장에서 선진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더욱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나온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해석할 정도다.

포퓰리즘이 개입된 자본 시장에는 투자자가 모이기 어렵다. 정치권의 입김에 당국이 방향을 상실한다면 그 자본시장을 믿을 투자자는 없다. 표심을 가르는 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자본시장 여건을 조성한다는 일관성 있는 정책이다.


대한금융신문 유정화 기자 uzhwa@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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