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북’ 믿다 시장 변동성 극복 실패
뒤늦게 사태인지…부랴부랴 임직원 징계

우리은행이 1000억원에 달하는 파생상품 투자 손실을 봤다. 비이자이익 증대에 아등바등하다가 리스크 관리 부실을 간과한 결과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트레이딩부에서 962억원 규모 평가손실이 발생했음을 인지하고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2년여 전 트레이딩했던 홍콩항셍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거래가 문제였다.

홍콩항셍지수는 중국 당국 규제 강화와 경기 부진 여파로 지난 2021년 이후 부진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은행 파생상품 전담 딜러는 홍콩항셍지수 ELS 평가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장기옵션거래 확대를 통한 헷지(hedge) 전략을 시행했으나, 시장 변동성 극복에 실패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6월 실시한 리스크 관리 실태점검에서야 사태 심각성을 인지하고 962억원의 평가손실을 확정, 이를 회계 처리 기준에 맞춰 올해 6월 말 결산에 반영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장외파생상품의 가격 평가를 위해 1000개 이상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변동성을 산출하는데, 급격한 시장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평가액과 실제 시장가액 사이에 괴리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이번 우리은행 투자 실패 사태를 두고 역량이 안되는 파생상품 시장에 무리하게 뛰어든 대가를 치른 것이라며 냉담한 반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파생거래 수익은 대부분은 해외은행이나 증권사에서 만든 상품을 떼다가 펀드(ELF)나 신탁(ELT) 형태로 되팔아 수수료를 버는 구조다. 우리은행은 파생상품을 비이자이익 증대의 키로 여기며 직접 운용하는 강수를 뒀는데, 역량 부족이 결국 대규모 손실 부메랑으로 돌아왔다”고 짚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05년 통화옵션, 스왑, 주식파생 등의 금리옵션 ‘북’을 통한 파생상품 운용에 자신감을 내비치며 트레이딩부 산하에 파생상품 전담팀을 꾸렸다. 시중은행 중 파생상품을 자체적으로 설계해 거래하는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우리은행은 일단 올해 7월 이후 청산 목적의 헷지 거래 외 주식파생상품 거래를 전면 중단한 상태며 금융감독원의 지시에 따라 자체 검사를 시행했다.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주 사전 심의위원회를 통해 강신국 기업투자금융부문장과 이문석 자금시장그룹 부행장을 비롯해 전·현직 트레이딩부 부장과 팀장, 팀원 등 총 6명이 징계대상 명단에 올렸으며 금일 인사협의회를 열고 소명 여부에 따라 감봉 및 견책 처분이 내려질 전망이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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