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9개 부행장에 가계대출 축소 당부

서울 소재 한 시중은행 영업 창구 전경.
서울 소재 한 시중은행 영업 창구 전경.

은행권 대출의 문턱이 한층 더 높아질 전망이다. 저점 매수를 기다리던 소비자의 내 집 마련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금융감독원과 9개 은행 부행장이 모인 자리서 부행장들은 4분기 가계대출 증가폭을 지난 7~8월 대비 축소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차주의 채무상환능력 범위 내 대출 심사 프로세스를 강화하겠다는 게 골자다. 더 이상 금리할인, 만기확대 등 영업 확대 위주 전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 자리서 박충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은행에 과도한 금리 인상 없이 가계대출 증가폭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해달라고 당부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미 대출 문턱을 높이는 강수로 증가폭을 조절 중”이라며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주문에 일부 상품의 금리를 올렸지만, 고금리 장기화로 4~5%대 금리가 익숙해진 차주의 심리적 저항선이 높다. 여전히 판매량 축소에 큰 효과를 보진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은행의 가계대출 옥죄기는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이던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게 됐다.

올해 분양가와 집값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생애 최초 내 집을 마련하려는 무주택자가 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이 연 7%대까지 치솟았지만 지난해와 같은 집값 급등 현상이 단기간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사놓고 보자’는 수요가 많아진 것이다.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가 발표한 ‘9월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에 따르면 9월 전국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전월(118.3)보다 1.1포인트 오른 119.4를 기록했다. 

지난 1월 91.5로 상승 국면에 진입한 이후 9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심리지수는 0에서 200 사이의 값으로 표현되며, 지수가 100을 넘으면 가격 상승이나 거래 증가 응답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근 몇 달 주담대가 가계대출 증가를 주도했다. 지난해 내 집 마련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하는 무주택자의 구매 욕구가 늘었고, 혹시 향후 집값이 내려간다 해도 더 늦기 전에 내 집을 마련하는 게 낫겠다는 젊은 층 인식이 확산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말 기준 전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86조6000억원으로 전달보다 6조8000억원 늘었다.

지난 4월 2조3000억원 증가한 후 △5월 4조2000억원 △6월 5조8000억원 △7월 5조9000억원 △8월 6조9000억원 △9월 4조8000억원 등 7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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