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점 대비 반토막 난 항셍
5대 은행 녹인 진입만 5조

이번엔 ‘H 폭탄’이다. 잊을 만 하면 한번 씩 불거지는 대규모 원금손실 이슈에 은행은 노심초사다.

23일 시중은행에 따르면 ELS 관련 상품 판매 규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엿보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H지수 연계 ELS 손실이 예상되지만, DLF 사태와 달리 금융소비자보호법 강화로 불완전판매 가능성은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소비자 보호에 주안점을 둔 정책 기조상 파장을 일으켰다는 점만으로 규제 도마 위에 오를까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시중은행에서 판매한 H지수 연계 ELS 관련 상품은 지난 8월말 기준 15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중 9조원 어치가 내년 상반기 만기가 끝나며 이미 원금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녹인(Knock-In) 구간에 진입한 게 5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자산 주가지수 연계 ELS 상품 대부분 약정상 만기 시점에 기초자산이 최초 기준가의 약 60~70%를 유지하면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논란이 된 H지수 연계 ELS 상품은 H지수가 1만2000선을 웃돌던 지난 2021년 초 집중 판매됐다. 이때 가입한 투자자가 원금을 보장받으려면 지수가 최소 7000은 넘어야 한다.

23일 기준 현재 H지수는 6070선을 기록 중이다. 지난달 24일에는 5,799.38까지 주저앉으며 연중 최저점을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국 부동산 경기 둔화 및 경제 불확실성 심화, 미국 장기 긴축 여파로 홍콩 H지수(HSCEI)가 연일 바닥을 기면서 내년 만기를 맞는 연계 ELS에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H지수 연계 ELS 상품을 판매한 은행별로 손실 규모와 대비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ELS는 증시 횡보장에서도 이익을 낼 수 있단 강점이 있지만, 손실 역시 무한대일 수 있다는 걸 유의해야 한다”며 “지난 2015년 H지수 폭락으로 인한 ELS 투자 불안 사태가 재연되지 않도록 은행에 상품 안내를 잘하고, 필요 시 중도상환 상담도 적극적으로 할 것을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은 신탁 형태로 ELS를 판매한다. ELS 판매 수수료율은 1% 수준으로 펀드를 팔아 받는 보수보다 2~3배 높아 수수료 수익 증대를 이끄는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20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계기로 은행권에 사모펀드 등 원금 손실 가능성이 20~30% 이상인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 규제를 도입한 바 있다.

이때 신탁 판매도 제재 항목으로 포함하려 했으나, 은행권에 거센 반발에 기초자산이 주가지수, 공모형, 손실배수 1이하인 ELS 등 파생결합증권을 편입한 신탁은 지난 2019년 11월말 기준 수탁총액을 한도로 판매를 허용키로 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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