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기자금시장 안정됐지만
불확실성 여전…금리 인하 아직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3일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금융위).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3일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금융위).

올 연말 종료될 예정이던 ‘금융규제 유연화’ 조치가 내년 6월까지 연장된다.

금융위원회는 23일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 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신용정보기금, 채권시장·거시경제 전문가 등은 현재 금융권의 유동성·건전성 수준 등을 감안할 때 규제 유연화 조치가 종료되더라도 규제 비율 준수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시장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에 대비해 내년 6월까지 규제 유연화 조치를 연장하기로 했다. 또 내년 2분기 중 금융시장 여건과 각 금융업권별 건전성·유동성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추가 연장 또는 정상화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최근 미국 국채 금리는 하락세다.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가 예상을 하회하는 등 각종 경제지표들이 미국의 추가 긴축 가능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하면서다. 이에 따라 국내 채권 시장에서도 금리가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는 등 긍정적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참석자들은 미국의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 가능성이 커지고 채권 금리 상승세가 둔화하는 것은 시장안정 차원에서 다행스럽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은 상황인 만큼,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앞으로의 상황을 주시하며 긴장감을 가지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시장안정을 위한 대응체계를 유지해온 결과, 금년 채권·단기자금시장이 지난해와 같은 급격한 신용경색 없이 연중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다만 전반적인 금리 수준이 높아지면서 기업의 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있고, 신용 위험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경계감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우량-비우량물간 스프레드가 확대됐다고 봤다. 또 취약 업종의 경우 시장 접근성이 저하되는 등 하반기 들어서는 기업 자금조달 측면에서 쉽지 않은 시장 여건이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최근 통화정책 전환과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고는 있으나, 내년에도 고금리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는 만큼, 시장안정에 중점을 두는 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 부위원장은 “미국과 유럽의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는 등 통화정책 기조 전환의 여건은 갖추어져 가고 있으나, 각국 중앙은행들이 상당 기간 긴축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라며 “통화정책 기조가 전환되더라도 금리 인하의 시기와 속도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금리 인하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년에는 수출 회복 등으로 경기회복세가 강화되면서 성장, 물가 등 거시경제 여건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나, 고금리가 상당 기간 지속돼 각 경제 주체들에게 고금리에 견딜 수 있는 체력을 요구하는 한 해가 될 수 있다”며 “가계와 기업이 고금리에 대비한 충분한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금융위는 금융권의 적극적인 협조에 힘입어 지난해 발생한 과도한 자금 확보 경쟁이 올해 효과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내년에도 시장안정에 역점을 두고 위험요인을 철저히 관리할 계획이다.

대한금융신문 이연경 기자 lyk@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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