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보선창’의 변신, 청년놀이터 ‘비어포트’ 들어서
보리 소비, 일자리 창출 두 마리 토끼 함께 잡아

군산 째보선창에 들어선 ‘군산비어포트’에는 군산 맥아로 맥주를 만드는 양조장이 4곳 들어서 있다. 사진은 메인쿤브루잉의 이정원 대표가 자신의 양조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군산 째보선창에 들어선 ‘군산비어포트’에는 군산 맥아로 맥주를 만드는 양조장이 4곳 들어서 있다. 사진은 메인쿤브루잉의 이정원 대표가 자신의 양조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째보선창’은 전국에 두 군데 있다. 목포와 군산이다. 째보, 언청이의 놀림말이다. 장애인 비하 의미를 담고 있어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단어다.

그런 개념이 없을 때 붙여진 이름이라 별칭처럼 사용됐고 소설에도 인용됐던 것이다.

군산의 째보선창은 소설의 배경으로 등장할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곳이다. 1930년대 군산을 담아낸 채만식의 소설 《탁류》에는 다음처럼 째보선창이 소개되고 있다.

“선창은 분주하다. 크고 작은 목선들이 저마다 높고 낮은 돛대를 옹긋중긋 떠받고 물이 안 보이게 선창가로 빡빡이 들이밀렸다. 칠산 바다에서 잡아가지고 돌아온 젓조기가 한창이다.

은빛인 듯 싱싱하게 번쩍이는 준치도 푼다. 배마다 셈 세는 소리가 아니면 닻 감는 소리로 사공들이 아우성을 친다. 지게 진 짐꾼들과 광주리를 인 아낙네들이 장 속같이 분주하다.”

이 선창에 군산을 대표하는 브루어리가 모여 있다. 버려져 있던 낡고 오래된 수협 어판장 건물을 리모델링한 곳이다.

이름은 ‘군산비어포트’. 금강하구언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이곳은 서해의 풍부한 어물과 금강을 타고 내려온 내륙의 물산이 자연스레 모여 장터를 이룬 곳이다.

이곳에 군산 지역 보리를 몰트(맥아)로 만들어 맥주를 생산하는 양조장이 들어선 것이다.

군산시는 지난 2020년 버려져 있던 수협어판장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청년들이 모일 수 있는 군산비어포트를 만들었다. 사진은 비어포트 내부의 모습이다.
군산시는 지난 2020년 버려져 있던 수협어판장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청년들이 모일 수 있는 군산비어포트를 만들었다. 사진은 비어포트 내부의 모습이다.

지난 2020년 군산시는 지역의 보리로 만든 몰트의 소비처 확충과 청년 일자리 창출 등을 목적으로 상업맥주 양조과정 교육을 진행한다.

50명 정도가 교육받았고, 창업 신청을 받아 4곳의 맥주양조장 창업을 지원했다. 10억 원가량의 예산이 들어갔으며 500리터급 담금조와 16개의 발효조, 그리고 170석 규모의 매장을 마련했다.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장소에 현대적으로 꾸며놓은 펍이 들어섰으니 군산을 찾는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주말이면 매장이 가득 찬다고 한다.

이곳에서 군산 맥주를 만들고 있는 메인쿤브루잉의 이정원 대표를 만났다. 20대부터 칵테일 바텐더를 하면서 술 공부를 해 온 내공 깊은 양조인이다.

바텐더를 하면서 수제맥주를 처음 접했다는 이정원 대표는 당시 대기업 맥주회사에 속아왔다는 생각과 함께 맥주의 다양한 가능성을 실감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래서 자신이 운영하던 군산 월명동의 바에서 직접 홈브루잉을 시작했다는 그는 결국 2019년 군산시가 운영한 6개월간의 양조프로그램을 거치면서 크래프트맥주의 세계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게 됐다.

군산비어포트 내부에는 맥주를 양조를 할 수 있는 공유양조장이 자리하고 있다. 500리터 발효조가 16개 있으며, 시설이 모자라 제2 양조장을 계획하고 있다.
군산비어포트 내부에는 맥주를 양조를 할 수 있는 공유양조장이 자리하고 있다. 500리터 발효조가 16개 있으며, 시설이 모자라 제2 양조장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메인쿤에서는 6종류의 맥주를 만들고 있다. 라거와 페일에일, IPA, 스타우트, 엠버에일, 바이젠 등이다.

베이스몰트는 당연히 군산맥아팩토리에서 만든 국산 몰트다. 스페셜티몰트는 아직 생산하지 않아 수입하고 있지만, 이것도 내년부터는 군산맥아팩토리에서 생산하게 되므로 점점 국산농산물 비중은 더 커질 것이다. 아마도 국내 맥주양조장 중에서 가장 국산 농산물 비중이 크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대표는 메인쿤의 시그니처 맥주를 엠버에일이라고 말한다. 이 맥주는 군산 음식 중 하나인 게장과도 잘 어울린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현재 메인쿤에서 만들고 있는 맥주들은 강한 개성보다는 음용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제맥주가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지역이 아니다 보니 널리 소비될 수 있는 맛에 기준을 잡았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다음 꿈은 군산보리를 이용한 보리음료를 만드는 일이다. 무알코올 맥주와 함께 군산을 상징하는 보리음료를 개발해 농가에 활로를 만들어 주고 싶다는 것이다.

맥주의 세계에 들어와 군산 지역의 보리로 맥주를 만들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성’을 상품에 담겠다는 책임감까지 느끼게 됐다고 말한다. 청년들이 일궈낼 새로운 ‘군산비어포트’가 기대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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