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진달래 찾아 전국서 100만 모이는 명소
사방에 펼쳐진 산과 섬, 푸른 바다 볼 수 있는 곳

전라남도 여수에 있는 영취산은 진달래 철이 되면 전국의 상춘객이 몰리는 곳이다. 흥국사 계곡으로 산에 올라 정상 능선을 바라보면 곳곳이 진달래밭이 연출된다. 멀리 우측에 여수 산단이 보인다.
전라남도 여수에 있는 영취산은 진달래 철이 되면 전국의 상춘객이 몰리는 곳이다. 흥국사 계곡으로 산에 올라 정상 능선을 바라보면 곳곳이 진달래밭이 연출된다. 멀리 우측에 여수 산단이 보인다.

남도를 여행하다 보면 여러 곳에서 이순신 장군의 체취를 느낄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여수와 통영이다. 두 곳 모두 이순신 장군의 임지였던 전라좌수영과 경상우수영이 있던 곳이다.

전국이 영하권에 들 정도로 추위가 몰려왔던 지난 11월 중순 여수를 찾았다. 대중가요 하나로 유명해진 도시라고 말하면 지역민들은 싫어하겠지만, 그 노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은 도시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밤을 밝히고 있는 ‘포차거리’는 관광객들로 항시 넘쳐나고 있었다. 쌀쌀한 바람에도 사람들은 오동도와 해상케이블카를 찾고 있었으며, 돌산도의 향일암으로 향하는 발길도 분주했다.

도시 곳곳이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어 사진기를 내밀면 모두 경치가 되고 절경으로 다가오는 곳이니 꼭 노래가사 덕분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특히 봄이면 전국의 상춘객들이 몰리는 곳이 하나 있다. 여수반도가 시작되는 초입에 자리 잡은 여수산업단지 인근에 있는 영취산이다. 높이는 510m밖에 안 되지만, 매년 4월 중순이 되면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전국에서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곳이다.

전국 3대 진달래 군락지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10~30년생 진달래가 수만 그루 자라고 있으니 한창때는 영취산이 진달래이고 진달래가 영취산이 되는 곳이다.

이순신 장군의 수군을 지원하기 위해 의병승수군의 훈련소 역할을 했다는 흥국사에서 계곡을 따라 올라 영취산 정상을 바라보거나 시루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면 사방이 진달래밭이라 할 만큼 곳곳에 키 작은 진달래가 펼쳐져 있다.

하지만 11월의 영취산은 분홍색은 전혀 볼 수 없다. 그 흔한 단풍잎도 쉽게 찾을 수 없는 곳이다. 오히려 산은 나무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속살을 드러내려는 듯 흙의 색과 같은 갈색이 된다.

낙엽이 진 참나무와 벚나무, 진달래 등이 연출한 초겨울의 색이다. 겨울이면 전국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메마른 갈색 그 자체다. 하지만 영취산은 색 몇 개로 이미지를 고착할 수는 없다.

11월의 영취산은 진달래를 볼 수는 없지만 사방에 펼쳐진 산과 섬, 그리고 바다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여기에 보태 우리나라 경제의 한 축을 지탱해주는 여수 중화학공업단지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사진은 영취산 정상에서 북쪽으로 광양 방향을 찍은 사진이다.
11월의 영취산은 진달래를 볼 수는 없지만 사방에 펼쳐진 산과 섬, 그리고 바다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여기에 보태 우리나라 경제의 한 축을 지탱해주는 여수 중화학공업단지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사진은 영취산 정상에서 북쪽으로 광양 방향을 찍은 사진이다.

진달래 철 이외의 계절에 영취산을 찾는 사람들은 별로 없지만, 초겨울 삭막한 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영취산은 다양한 볼거리를 보여준다.

남쪽으로는 돌산도, 동쪽으로는 남해도, 서쪽으로는 고흥반도 그리고 북쪽으로는 광양만, 사위 모두가 바다와 섬, 그리고 내륙의 산까지 연이어 달리는 고봉들의 집합소다.

여기에 보태 이번 산행에서 만난 영취산의 절경은 아이러니하게도 ‘산업단지’였다. 여수의 중화학공업단지와 광양만에 펼쳐져 있는 포항제철, 그리고 석유공사의 석유비축기지들이 영취산 주위에 넓게 퍼져 있다.

전라남도 지역내총생산의 1/3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여수의 공단은 넓기만 하다. 그 덕분에 전라남도의 지역내총생산은 전국 지자체 중 3위에 올라 있다.

영취산 산행을 마치고 흥국사 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몰고 숙소로 이동하는 시간이 하필 퇴근 시간과 맞물려 영취산 주변 도로는 러시아워 시간대의 대도시와 별 차이가 없는 차량 행렬이 이어졌다.

산 정상에서 바라본 공단의 규모에 놀라고, 차량 행렬 속에서 거북이처럼 기어가는 자동차에서 또 한 번 여수의 내공을 실감하게 된다. 이처럼 든든한 산업 배경이 여수의 뒷배가 되어주니, 여수 시가지의 활기도 덩달아 살아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꽃 하나 피지 않는 11월의 산행이지만, 영취산 정상에서 느낀 점은 진달래보다 더 강렬하게 다가왔다. 자연을 중심으로 사고하면 영취산의 진달래가 애처롭게 보인다. 하지만 산단에 위치하면서도 고운 분홍색을 펼쳐 보일 수 있는 것 또한 생각해 볼 포인트다.

특히 우리 경제의 활력을 확인하고 싶다면 이 산에 올라 여러 기업의 대규모 플랜트 시설을 내려보자. 이것만큼 분명하게 우리 경제의 활력을 눈으로 확인시켜주는 곳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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