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거래단위 美 대비 10배 넘고
증거금 무조건 달러로만 보유해야

국내 유사해외통화선물(FX마진거래)에서 쓴 맛을 본 개인투자자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FX마진거래의 개인 거래대금은 18억8763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6억9222만달러(58.8%) 감소했다.

분기별로 지난해 4분기 148억2821만달러였던 FX마진거래 거래대금은 올 들어 100억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다. 올해 3분기는 73억1063만달러에 그쳤다.

FX마진거래가 '개미 무덤'으로 악명을 떨친 영향이 크다. 

신한·하나·한국투자·키움증권, 삼성선물 등 5곳 금융투자회사의 올해 3분기 평균 손실계좌비율은 61.0%로 집계됐다.

사업에서 손을 떼는 증권사도 나왔다. 투자자가 떠나면서 수익성이 줄고 평판 리스크에 악영향을 미쳐서다.

가령 에스아이증권은 올해부터 FX마진거래를 취급하지 않고 있다. 이보다 앞선 2020년에는 KB증권이 관련 업무를 중단했다.

손실을 부추기는 금융당국의 과도한 규제 탓이다.

업계에선 환거래 위험을 헤지하는 순기능을 살리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최소거래단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FX마진거래 투자자들은 다른 나라보다 거래가 힘든 환경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는 최소거래단위(1랏)가 10만달러인데 반해 미국 등 대부분 국가들은 1만달러, 일본은 100~1000달러 단위로도 거래가 가능하다. 레버리지 10배로 FX마진거래를 하려면 약 1만달러(한화 약 1300만원)의 증거금이 필요하다. 

가령 자산 1300만원을 가진 투자자가 -130만원(10%)만큼 평가손실만 나도 1랏을 구매할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투자자는 수익실현이 가능해 질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을 취하기 쉽다. 최소거래단위가 큰 탓에 손실 확률이 더 높아지는 셈이다.

증거금을 반드시 달러로 보유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증거금을 보유했던 시점과 거래를 종료했던 시점의 USD증거금의 환율이 변동하기 때문에 투자에서는 수익을 냈더라도, 원화로 환전 후에는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

한 외환중개 담당자는 "투자자들이 손실이 날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투자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불합리한 규제 탓"이라며 "FX마진거래 자체의 난이도도 물론 높지만 당국의 규제로 더욱 난이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할 때마다 스프레드만큼의 거래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빈번한 거래를 하기 어렵고 어느 정도 평가손실이 발생해도 수익실현이 가능할 때까지 기다리는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FX마진거래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자금의 흐름이 많은 금융시장이다. 

규모가 전세계 주식시장 일일 거래량의 약 100배를 상회할 정도다. 일반적인 환전은 자국화폐와 외국화폐를 교환하는 구조지만, FX마진거래는 ‘기준통화/상대통화’가 한 쌍으로 묶인다. 2개의 통화를 동시에 사고 팔며 환차익을 노리는 거래다.


대한금융신문 유정화 기자 uzhwa@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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