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05일 11:25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법정 최고금리 인상 필요성이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연동형 금리’ 규제 도입이 가장 적절한 방안으로 꼽힌다.

5일 국회에 따르면 입법조사처는 전날 ‘금리인상기, 대부업 시장 이대로 괜찮은가’ 보고서를 통해 법정 최고금리 인상 검토를 제언했다.

고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울타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연동형 최고금리’ 규제가 효율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연동형 금리는 법정 최고금리를 시장금리 또는 기준금리에 연동해 지표금리가 오르내릴 때마다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제도다. 

일부 해외 국가에서는 이미 시행 중이다.

프랑스의 경우 대출상품의 종류와 금액에 따라 12개 그룹으로 분류하고, 각 분류에 대해 분기별 시장평균금리(Annual PercentageRate, APR)를 산정한다. 이후 중앙은행이 그룹별 시장평균금리를 고시하고 금리상한은 시장평균금리의 1.33배로 결정한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 교수는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금융사에선 대출 문턱을 더 높여 저신용자들이 궁지에 내몰리게 된다”라며 “법정금리를 30% 정도로 올리거나, 상한선을 두지 않고 지표금리에 따라 유연하게 운용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법정 최고금리를 유지하되 햇살론 등 정책금융상품을 늘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현재 정책금융상품의 대출 연체율은 가파르게 증가하는 상태로, 공급이 급증할 경우 차주의 과도한 빚을 유발할 수 있다.

빈 교수는 “정책금융상품에는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데,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상품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표심에…인하 법안만 ‘수두룩’


연동형 최고금리를 핵심으로 한 법정 최고금리 인상안이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려면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 통과돼야 한다(관련 기사 : 2023년 9월 18일자 보도, 불법사금융 판쳐도...‘서민무새’ 국회, 법정금리 인하만).

앞서 금융위원회는 일찍이 법정금리 인상 필요성을 느끼고 올 1월 여야 의원들에게 의견조회를 요청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 대다수는 법정 최고금리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최고금리를 낮춰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이유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번 21대 국회에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골자로 한 ‘이자제한법 일부법률개정안’만 13개가 계류돼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를 더 낮추자는 건 정작 서민들의 어려움을 모르는 처사”라며 “표심에 기대지 않는 실효성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비제도권 눈 돌리는 취약계층


우리나라 법정 최고금리는 최초(2002년) 연 66%에서 일곱 차례 개정을 거쳐 2021년 7월부터 20%를 적용 중이다.

높은 시중금리가 유지되는 탓에 대부업체는 신규대출을 줄이고 있다. 벌어들이는 수익은 한정돼있는데 조달금리와 대손비용, 중개수수료 등의 대출 비용이 늘면서다.

상위 15개 대부업체의 신규 차입금리(조달금리 지표)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5%대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말 8.81%까지 급증했다.

대손비용도 함께 치솟고 있다. 25개 대형 대부업체 연체율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7%대였으나 올해 9월 13.4%로 2배 가까이 불어났다.

제도권 밖으로 밀려난 차주들은 불법 사금융으로 눈을 돌렸다. 올해 1~9월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불법 사금융 관련 신고상담 건수는 4만7187건으로 전년 동기(4만5454건) 대비 1733건(3.8%) 증가했다.

김미루 KDI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이 발간한 ‘금리인상기에 취약계층을 포용하기 위한 법정 최고금리 운용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법정 최고금리를 2%포인트(20→18%) 인하한다고 가정할 때, 카드·캐피털·저축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 중 약 77만4000명(2021년 기준)이 금리 인하 혜택을 볼 수 있다.

반면 약 65만9000명의 차주는 2금융권에서 대출받지 못하고 대부업이나 비제도권 금융에서 돈을 빌려야 한다.

김 연구원은 “법정 최고금리에 근접한 수준의 금리를 적용받던 차주들이 더 이상 금융기관에 수익이 되지 않아 대출이 거부됨으로써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대한금융신문 이연경 기자 lyk@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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