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는 펀드만큼 떼면서
원금보장 핑계로 운용 방치

연금신탁이 정기예금만도 못한 배당률(수익률)로 가입자를 애태우고 있다. 

이미 저조한 수익률로 지난 2018년부터 판매가 중단된 상품이다. 현재는 기존 가입자의 자금으로만 운용되고 있다.

7일 은행연합회 신탁상품수익률 비교 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운용 중인 11개 개인연금신탁의 현재 년도(10월 기준) 평균 배당률은 1.73%다.

상품별로 보면 운용 규모가 1조5484억4900만원으로 가장 큰 ‘NH농협은행 개인연금신탁’의 현재 년도 평균 배당률이 1.67%를 기록했다.

5대 은행 상품 중 가장 높은 평균 배당률을 보인 건 ‘KB국민은행 구 국민 개인연금신탁’으로 2.31%에 그쳤다.

개인연금신탁 후속작인 연금저축신탁의 상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5대 은행의 11개 채권형 연금저축신탁과 10개 안정형 연금저축신탁의 현재 년도 평균 배당률은 각각 3.41%, 3.38%로 집계됐다.

신탁 배당률은 수수료를 포함한다. 이를 제외하면 기대 수익은 더 낮아진다. 통상 신탁에 부과되는 연간 수수료율은 0.65~0.8% 수준이다. 여기에 0.2%의 예금보험료도 별도다.

연금신탁은 안정적인 노후자산 증식을 위해 마련된 상품이다. 이를 믿고 장기간 자금을 맡긴 고객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정기예금만 못한 수익에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은행은 원금 보전을 우선으로 하는 상품 구조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노후자금인 연금신탁은 국공채, 금융채 등에 보수적으로 운용된다”며 “원금보전과 배당률 고민이 상충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라고 말했다.

일반 예금보다 저조한 배당률을 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진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이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연금신탁의 비과세라는 메리트까지 없어질 정도로 느슨하게 관리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원금보장을 위해 단순한 방식으로 운용하면서 수수료율은 펀드 상품만큼이나 챙기는 것도 모순적”이라고 짚었다.

이어 “중도 해지 시 세제상 불이익을 우려해 유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은행도 이런 가입자 성향을 알고 판매가 끝난 상품의 수익을 높이기 위해 애쓰지 않는 것 같다”며 “다른 금융사 연금상품으로 넘어가도 손실 보지 않는 구조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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