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 통폐합으로 총괄 임원급 감원
‘전임자 색깔 지우기’로 보는 시선도

신한금융지주(왼쪽)와 KB금융지주 사옥 전경.
신한금융지주(왼쪽)와 KB금융지주 사옥 전경.

주요 금융지주의 연말 인사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구세대 경영진의 세대교체를 바라는 회장들이 부회장, 부사장 등 고위급 감원을 통한 조직 슬림화로 분위기 쇄신을 꾀할 전망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연말 인사에 대한 막바지 세부 사항을 조율 중이다. 내년 임기 2년 차에 진입하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이번에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한금융)조직 규모에 비해 자리와 사람이 너무 많다”는 소신을 내비쳤던 만큼 ‘조직 슬림화’를 통한 경영 효율화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일단 경영지원과 재무·전략, 신사업·디지털·글로벌 등 3개 핵심 부문을 중심으로 한 조직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업무를 총괄 임원 수도 그만큼 줄이는 계획을 세웠다.

경영관리, 주주관리, 홍보 등으로 세분돼 있던 업무를 하나의 경영지원 부문 산하로 묶고 한 명의 부문장(부사장)이 책임지는 형태다. 이때 기능과 역할이 축소된 부문과 담당 총괄 임원은 은행 소관으로 편제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또 전임 회장 임기 동안 17명까지 늘어난 부행장급 임원 수도 절반가량 감원될 수 있다는 후문도 있다.

KB금융지주도 이달 중 올 연말 임기가 만료되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와 함께 지주사 경영진에 대해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지난달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취임한 이후 이뤄지는 첫 정기인사로, 그룹 내 부회장직 폐지와 부문장 체제 재편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양 회장과 막판까지 경쟁을 벌였던 허인·이동철 부회장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후임 인선이 필요한 상황인데, 후계자 양성을 생각하기엔 아직 이른 시기인 만큼 부회장직 폐지론이 부상하고 있다.

다만 부회장직을 없애면 양 회장 자신이 부회장으로 보낸 지난 3년에 대한 자기부정이 될 수 있어 후계자보단 든든한 오른팔로서 역할을 해줄 사람으로 자리를 채울 것이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아울러 양 회장이 라임·옵티머스 사태 관련 중징계 이슈에 따른 계열사 대표 및 지주사 주요 임원 공백기를 계기로 KB금융에서 그간 고수해왔던 계열사 대표와 금융지주 부문장 겸직 구조를 깨고 새로운 인사 체계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한 시중은행 고위급 관계자는 “장기집권 관행을 깨고 새로 자리한 회장들이 조직에 메스를 댈 것이란 건 어느 정도 예상돼왔다. 자신의 경영 색채를 본격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첫 행보에선 안정보단 변화를 택하는 게 쇄신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조직 슬림화를 명목으로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일부 고위직 폐지는 전임자의 색깔을 지우고, 경영 일선의 견제 세력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한다”며 “단순한 직급 격하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관점에서 경영 효율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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