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령산과 맞닿아 영남 선비 오르던 새재길 돼
최고봉 ‘영봉’과 ‘주봉’ 능선서 보는 경치 으뜸

주흘산의 여섯 봉우리 중 주봉에서 바라본 남쪽의 풍광이다. 태백산에서 소백산으로 이어져 문경에서 주흘산과 조령산과 만나고 남쪽으로 내달려 속리산과 지리산으로 달려간다. 해질무렵 산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
주흘산의 여섯 봉우리 중 주봉에서 바라본 남쪽의 풍광이다. 태백산에서 소백산으로 이어져 문경에서 주흘산과 조령산과 만나고 남쪽으로 내달려 속리산과 지리산으로 달려간다. 해질무렵 산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

운전하다 멀리 보이는 산에 두 번 이상 눈길이 간다면 대부분 널리 이름이 알려진 산들이다. ‘명산’이라는 울타리에 들어있어 등산인들의 발길을 잡아채는 산들이라고 보면 틀리지 않는다. 경상북도 문경은 서울에서 영남 방향으로 내려갈 때 자주 거치는 곳이다. 도시의 이름 자체가 그 길에서 유래했다. ‘경사스러운 소식을 듣다.’ 즉 문경은 영남의 선비들이 가장 먼저 좋은 소식을 들었던 곳이다. 그곳에 우뚝 솟은 산 중에 주흘산을 올랐다.

이 산을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머리에 관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눈에 보이는 여섯 봉우리가 마치 화관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남쪽 사면은 급경사인데다 봉우리들은 암릉이 제법 많다. 그래서 우뚝 솟아 있는 산봉우리에 카리스마가 제대로 서려 있다. 영남 방향에서 올라오면 문경에서 희양산과 주흘산, 그리고 조령산 등을 만나게 된다. 이곳을 넘으면 바로 충청도 땅에 닿게 된다.

문경새재는 바로 주흘산과 조령산 사이의 고갯길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두 산 모두 문경새재도립공원에서 오를 수 있다. 산행은 도립공원 주차장에서 시작했다. 주흘산의 경치는 밖에서 산을 바라보는 모습도 좋지만, 주흘산의 영봉과 주봉 능선에서 보는 경치 또한 최고로 친다. 전체적으로 산행은 어렵지 않다. 새재길 제2관문(조곡관)에서 영봉으로 올라 주봉으로 능선을 타고 혜국사와 여궁폭포 방향으로 내려올 수도 있고, 반대로 탈 수도 있다. 모두 원점 회귀가 가능하다. 다만 제2관문에서 주흘산으로 방향을 튼 뒤 ‘꽃밭서덜’ 지역을 통과한 뒤부터 이어지는 40여 분의 급경사 지역이 등산객의 호흡을 가빠지게 한다.

‘꽃밭서덜’은 주흘산의 랜드마크와 같은 곳이다. ‘서덜’은 바위가 많이 흩어져 있는 비탈을 의미하는 ‘너덜’의 사투리이며 꽃밭은 주변 지역이 진달래 등 야생화들이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따라서 꽃이 많은 돌밭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지금은 이 길을 걸었던 사람들이 쌓은 돌탑까지 경치를 더해주고 있다.

주흘산의 정상인 영봉(1106m)에 이르면 본격적인 경치가 눈 앞에 펼쳐진다. 문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주변의 산까지 모두 끌어안을 수 있는 풍광이다. 북쪽으로는 월악산과 소백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주능선이 이어지고, 동쪽으로는 대마산과 운달산, 그리고 멀리 청량산까지 말들이 떼를 지어 달리는 모습처럼 산맥이 눈을 가득 채운다. 남쪽과 서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남쪽은 백화산과 성주산 오정산이, 그리고 서쪽으로는 백두대간의 희양산과 대야산, 속리산으로 산이 이어진다.

영봉에서 주봉(1076m)으로 가는 능선길에서 우리는 이 경관을 그침 없이 계속 보게 된다. 주봉에 닿으면 비로소 하산길이다. 주흘산을 찾는 사람들이 주로 주봉으로 올라서 인지, 등로는 주봉 쪽이 훨씬 잘 정비돼 있다. 거친 산길보다는 정비된 데크길이 더 많았다.

주흘산은 문경새재길을 두고 조령산과 이어진다. 사진은 주흘산 하산길에서 만난 제1관문인 주흘관의 모습이다. 겨울산은 오후 여섯시만 넘어도 도시의 한밤과 같다.
주흘산은 문경새재길을 두고 조령산과 이어진다. 사진은 주흘산 하산길에서 만난 제1관문인 주흘관의 모습이다. 겨울산은 오후 여섯시만 넘어도 도시의 한밤과 같다.

겨울 산행은 항시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 눈이 내려도 산에 더 내린다. 그래서 하산길은 안전을 스스로 챙기며 내려가야 한다. 아이젠과 등산 스틱은 필수품이다. 하산은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새재길과 만나기 위해 내려오다 보면 혜국사와 여궁폭포를 거치게 된다. 그렇게 제1관문(주흘문)에 닿으면 산행은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그렇다면 주흘산의 이름은 어떻게 생긴 것일까. 한자부터 심상치 않다. 주흘산(主屹山). ‘흘(屹)’ 자의 훈은 ‘우뚝 솟다’이다. 산 밖에서 주흘산을 봤을 때의 느낌을 그대로 담고 있다. 주인처럼 우뚝 솟아 있는 산. 그것이 주흘산이다. 그런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중에서는 서울 남쪽의 산들이 모두 서울을 향해 있는데 주흘산만이 남쪽을 향하고 있다며, 왜구를 막아 나라의 우환을 덜겠다는 뜻으로 ‘우두머리 의연한 산’이라고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뜻이야 어떻든 좋은 경치를 주는 곳이다. 주흘산은 대표적인 여름 산행지다. 물이 많아서 걱정 없이 산행을 할 수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영봉과 주봉을 거쳐 내려오는 코스는 대략 14km 정도 되며, 조령산과 연계해서 산행을 즐길 수도 있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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