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상품분석실]
현대해상이 골치 아픈 이유

2023년 12월 12일 15:27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입자가 가장 해지하지 않는 보험 상품은 실손의료보험이었다. 

단, 보험료 인상이 자유로웠던 중소형사일수록 해지가 많았다. 덕분에 만년적자 상품인 실손보험에서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

12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15개 손해보험사(실손보험 취급 10개사)의 평균 실손보험 61회차 유지율은 79.57%다. 

가입 후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계약자 10명 중 2명만 해지를 택한 것이다.

다른 상품과 비교하면 실손보험의 유지율은 더욱 두드러진다.

상해, 질병, 재물, 운전자 등 전체 상품의 61회차 유지율 평균은 42.52%였다. 실손보험을 제외하면 대부분 30~40%대를 기록할 만큼 가입자 절반 이상이 이탈하고 있다.

보험사별로 살펴보면 현대해상의 61회차 계약유지율이 91.6%로 가장 높았다. 

이어 농협손해보험(88.13%), 롯데손해보험(85.06%), DB손해보험(81.59%), 삼성화재(80.48%), KB손해보험 (79.98%), 한화손해보험(78.73%), MG손해보험(70.14%), 메리츠화재( 68.71%), 흥국화재(59.01%) 순이었다.

특이한 건 유지율이 높을수록 보험사의 경과손해율도 컸다는 점이다.

유지율 1위인 현대해상의 경과손해율은 116.7%로 손보사 중 가장 높았다. 유지율 2위인 농협손해보험 역시 경과손해율(111.0%)이 두 번째로 높았다.

유지율 4위였던 DB손해보험의 경과손해율은 106.3%를 기록, 경과손해율에서는 세 번째를 기록했다.

유지율 3위였던 롯데손해보험과 DB손해보험이 경과손해율에서 순위가 뒤바뀐 건 경영개선협약 때문으로 풀이된다. 

롯데손보는 지난 2021년 당시 금융감독원과 경영개선협약으로 1·2세대 실손보험료를 상한선인 25% 이상 인상할 수 있었다. 덕분에 2021년 134.4%던 경과손해율이 2022년 102.7%로 떨어졌다.

경영개선협약을 맺은 다른 손보사도 실손보험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크게 줄였다.

같은 기간 경과손해율은 △MG손해보험 114.3%→92.7% △흥국화재 103.5%→90.1% △한화손해보험 102.9%→85.8% 등으로 나타났다.

결국 보험료 인상을 버티지 못한 가입자가 자연스레 해지를 택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금을 많이 타가는 계약자일수록 보험료는 적게 올리고, 보험금 청구는 용이한 상위사에 몰린 모양새”라며 “경영개선협약 없이는 보험료를 대폭 올리기도 어려워 상위사 입장에선 골치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과손해율이란 발생손해액을 경과보험료로 나눈 값이다. 통상 손해율은 100%를 웃돌면 적자로 판단하는데, 경과손해율의 경우 사업비가 포함돼 80%내외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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