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꿀로 자연의 맛 내는 공주 ‘석장리미더리’
맥주로 입문해 여러 술 빚으며 양조강좌도 열어

충남 공주 석장리에서 야생화꿀로 꿀술(미드)을 빚는 이재천 대표. 10여 년 전 수제맥주를 만들면서 양조업계에 발을 딛은 그는 꿀과 과일을 콜라보시킨 멜로멜 스타일의 새로운 술맛을 내고 있다. 사진은 양조장 2층에 있는 자신의 아지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충남 공주 석장리에서 야생화꿀로 꿀술(미드)을 빚는 이재천 대표. 10여 년 전 수제맥주를 만들면서 양조업계에 발을 딛은 그는 꿀과 과일을 콜라보시킨 멜로멜 스타일의 새로운 술맛을 내고 있다. 사진은 양조장 2층에 있는 자신의 아지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맛있는 술을 만나고 싶으면 충청남도 공주에 있는 ‘석장리미더리(대표 이재천)’를 찾아가면 된다. 국사 교과서에 나오는 석기시대 유물이 많이 출토된 그 ‘석장리’가 맞다.

양조장을 찾아가다 보면 이정표마다 석기시대 상징물을 알리는 표지판이 사방에 깔려 있다.

그런데, 양조장을 찾는 길에서 드는 생각 하나는 석장리와 벌꿀술을 만든 양조장인 ‘미더리’가 잘 어울린다는 사실이다.

벌꿀은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모두 갖춘 완전식품이다. 이를 석기시대를 살았던 인류도 잘 알고 있었는지, 침에 쏘일 각오를 하고 벌집을 터는(?) 암각화가 세계 곳곳에서 발견됐다.

게다가 벌꿀은 물이 들어가 농도가 옅어지면, 자연스럽게 술로 발효되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인류는 벌꿀을 구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보인다.

오죽하면 레비스트로스 같은 인류학자는 인류가 직접 ‘벌꿀술을 빚었느냐’를 문명을 가르는 기준이라고 말을 했겠는가.

모두가 김장에 여념이 없던 지난달, 미더리에서 만드는 술을 취재하기 위해 석장리를 찾았다.

‘미더리’라는 이름이 낯설지만, 용어를 알면 쉽게 이해된다. 벌꿀로 만든 술을 ‘미드(mead)’라고 한다. 따라서 미더리는 벌꿀술을 만드는 양조장이라는 뜻이다.

석장리미더리에선 총 다섯 종류의 미드를 만든다. 기호에 맞게 각기 다른 부재료를 넣어 술의 풍미를 달리한 술들이다. 지역 양봉농협에서 구입한 천연 야생화꿀이 주재료다.

여기에 자신이 설계한 술맛을 내기 위한 다양한 부재료를 넣어 새로운 유형의 미드를 만드는 곳이다. 배와 생강, 바닐라빈과 레몬글라스, 그리고 블랙커런트와 체리 등을 부재료로 넣는다.

크래프트맥주를 만들거나 와인을 양조할 때 넣을 법한 재료들이다. 맞다. 그런 재료를 넣어서 미드와 맥주, 과실주의 풍미를 모두 갖고 있는 술을 만드는 곳이다. 이런 부류의 술을 요즘은 ‘멜로멜’스타일이라고 한다.

꿀은 인류가 가장 먼저 술의 재료로 썼던 것으로 추정하는 완전식품이다. 공주 석장리미더리 이재천 대표는 꿀과 배를 기본으로 사용하면서 부재료를 차별화시켜 다양한 술맛을 내고 있다. 사진은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다섯 종류의 술이다. 오른쪽부터 ‘석장리꿀술’ ‘졸인꿀술’ ‘블랙미드’ ‘츄즈’ ‘시크릿’이다.
꿀은 인류가 가장 먼저 술의 재료로 썼던 것으로 추정하는 완전식품이다. 공주 석장리미더리 이재천 대표는 꿀과 배를 기본으로 사용하면서 부재료를 차별화시켜 다양한 술맛을 내고 있다. 사진은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다섯 종류의 술이다. 오른쪽부터 ‘석장리꿀술’ ‘졸인꿀술’ ‘블랙미드’ ‘츄즈’ ‘시크릿’이다.

이 양조장의 대표 술은 ‘석장리꿀술’이다. 배와 생강, 그리고 레몬글라스가 들어갔다. 가장 기본적인 술이며 석장리미더리의 시그니처라고 말할 수 있다. 배는 과일 풍미를 넣기 위해서, 그리고 생강과 레몬글라스는 산미와 향기를 위해서 선택한 조합이다.

이와 함께 꿀을 2시간 정도 졸여서 발효한 ‘졸인꿀술’을 만든다. 이 술에는 바닐라빈과 통카빈이 들어갔다. 이렇게 양조를 하면 졸인 꿀에서 오는 술의 두꺼운 질감에 위스키에서 느낄 수 있는 풍미가 보태진다.

이와 함께 배와 블랙커런트를 넣은 ‘블랙미드’, 체리와 라즈베리, 비트를 넣은 ‘추즈’, 그리고 블랙커런트와 체리를 넣고 물은 극도로 제한한 ‘시크릿’ 등이 있다.

이 술은 기본형에 대한 이재천 대표의 변주곡 같은 술들이다. 이 술은 타킷층이 모두 다르다.

졸인 꿀술이 남성적인 풍미라면 추즈는 젊은 여성에게 다가가는 맛이다 이와 함게 블랙미드와 시크릿은 미드의 술맛을 아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술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게 이 양조장에서 만드는 맛있는 술의 끝은 아니다. 이 대표는 홈브루잉을 통해 술의 세계에 입문한 사람이다. 10년 전의 일이다. 주요한 맥주 교육과정을 모두 마쳤다.

그 덕분에 지금도 양조장에선 크래프트맥주강좌가 매달 열린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맥주를 빚기도 한다. 물론 이 술들은 판매하지 않는다.

교육생이나 지인들과 나누기 위한 술들이다. 그래서 양조장은 작지만, 찾아오는 방문객이 그치는 날이 별로 없다. 넉넉한 인심 탓일 것이다.

이 대표는 최근에 또 다른 일을 벌일 준비를 하고 있다. 막걸리를 빚기 위해 공주 시내에 새로운 양조장을 고민하고 있다. 시음을 위해 꺼낸 막걸리의 발란스가 좋다. 이양주라고 한다.

미드에서 그가 구현하고 있는 맛의 균형과 유사하다. 손으로 빚는 술은 담그는 이를 닮는다고 한다. 그런 것 같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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