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퇴직금 축소 기류에 ‘버티기’
신규채용 여력 덩달아 줄어 난감

은행권의 인사 적체 해소책인 희망퇴직 퇴로가 막히면서 내년도 채용에 바늘귀 상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거나 준비 중이다.

인적구조 효율화를 위해 연말·연초면 으레 단행해온 일이나 이번에 특별퇴직금 지급 규모가 크게 줄었다. 정부로부터 ‘돈 잔치’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마당에 야당에선 횡재세까지 거론하고 있는 터라 높은 수준의 퇴직금을 지급하기 눈치가 보여서다.

5대 은행 중 올 연말 가장 먼저 희망퇴직을 단행한 NH농협은행은 10년 이상 근무한 1983~1967년생 직원을 대상으로 20~28개월 치 급여지급을 조건으로 걸었다. 지난해 보상(20~39개월 치 급여)보다 최대 11개월 치 줄었다.

이달 20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신한은행은 명예퇴직금으로 7~31개월 치 급여를 제시했다. 앞서 지난 8월 실시했던 희망퇴직 당시 월평균 임금의 9~36개월을 지급했던 것과 비교해 적어졌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이달 중 희망퇴직 접수를 시작할 방침이다. 희망퇴직 조건을 두고 노동조합 측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퇴직금 지급 규모 축소 기류를 무시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농협은행을 필두로 신한은행도 특별퇴직금을 줄이기로 하면서 여타 은행도 동참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조건이 예년보다 안 좋아지면 노조의 반발이 거센데, ‘돈잔치’ 비판 여론이 거센 상황인 만큼 어느 정도 수용을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희망퇴직 조건 악화 여파가 내년 채용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예년보다 적은 금액을 받고 나가는 것 보다 버티기를 선택하는 고연령·고연봉 직원이 많아지면 그만큼 신규 채용 여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협은행은 현재 올 연말 희망퇴직 확정자를 집계하는 과정에 있는데, 신청 규모가 지난해보다 감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별퇴직금으로 목돈을 받는다고 해도 굴릴 방법이 마땅치 않고, 밖으로 나가서 재취업도 쉽지 않은 현실”이라며 “노동가치가 높아진 상태에서 희망퇴직 조건이 파격적이지 않은 이상 신청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별퇴직금 규모가 낮아지면, 희망퇴직 본연의 목적인 인력 구조 효율화를 달성하지 못하는 상황이 돼버릴 수도 있다”며 “지난해 신규 채용 규모를 크게 늘릴 수 있었던 것도 그만큼 중장년 인력을 내보낼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은행연합회에 개제된 은행별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지급한 1인당 희망퇴직금 평균은 3억5548만원이다.

하나은행(4억794만원), KB국민은행(3억7600만원), 우리은행(3억7236만원), NH농협(3억2712만원), 신한은행(2억9396만원) 순이었으며, 일부 은행의 관리자급 직원이 퇴직한 경우 11억원이 넘어서는 경우도 있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2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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