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 유동성 지표 낮아지자…
‘큰손’ 국민연금 거래 끊길라
“대규모 자금 수급 차원”

2023년 12월 20일 18:0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라진 줄 알았던 퇴직연금 고금리 특판 경쟁에서 유진투자증권이 홀로 치고 나갔다.

조정 유동성 지표가 금융감독당국의 관리대상에 오른 탓으로 분석된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유진투자증권은 퇴직연금 전용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를 발행해 2~3년 만기 상품에서 5.45%의 수익률을 제시했다.

증권사, 은행, 보험사를 통틀어 가장 높은 금리다. 만기 1년으로 발행한 ELB, 기타파생결합사채(DLB) 상품의 금리도 5.40%로 상당히 높았다.

뒤이어 이름을 올린 SK증권이 제시한 5.05%와 비교해도 0.35%포인트 높다. 이달 DB 퇴직연금 원리금보장 평균 금리(단순 평균)인 3.82%와 1.6%포인트 가까이 차이를 보였다.

업계는 퇴직연금에서 자금을 모아 조정 유동성비율 지표를 관리하기 위한 측면으로 해석한다.

실제 주식시장 ‘큰손’ 국민연금이 내달부터 국내주식 거래증권사 평가 항목에 조정 유동성비율을 추가하면서 지표 관리 필요성은 더욱 중요해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부터 중소형사까지 국민연금이 제시한 선정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라면서 “작년에도 유동성이 급한 금융사들이 연말 고금리로 대규모 자금을 끌어 모았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의 지난 3분기 조정 유동성비율은 94.9%다. 

조정 유동성비율이 100%에 미치지 못하는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99.2%), 대신증권(95.0%)까지 세 곳뿐이다.

초대형IB인 한국투자증권은 단기금융업(발행어음업) 자격이 있어 자기자본 2배 이내로 어음을 발행할 수 있어 자금 조달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반면 자금 마련 수단이 변변찮은 중소형사는 연말에 퇴직연금 전용 ELB, DLB를 몰아 발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신용평가사 역시 유진투자증권의 조정 유동성 지표에 우려를 표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해외자산 투자비중이 높아 우발채무(채무보증)가 늘어난 여파로 보인다. 앞서 한기평은 일반유동성 지표는 양호하나, 우발채무 등 잠재부담 대응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바 있다.

한기평은 지난 14일 보고서에서 “잠재 유동성 부담에 대한 대응력은 다소 미흡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연말 파생결합사채 차환발행 계획을 감안하면 일정 수준 유동성버퍼를 확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조정 유동성비율이란 일반유동성비율에 우발채무를 더한 개념으로, 유동성 자산을 유동성 부채와 채무보증 잔액의 합으로 나눈 값이다. 금융당국은 조정 유동성비율이 100% 이하로 내려가면 관리 대상으로 삼는다.
 

대한금융신문 유정화 기자 uzhwa@kbanker.co.kr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