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1일 08:3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난히 보험사에게만 높았던 공공의료데이터 벽이 이번엔 깨질 분위기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강보험공단과 보험사들은 공공의료데이터를 활용한 연구과제 논의를 진행했다.

협의가 진행된 연구과제는 생보 3건과 손보 1건 등 총 4건이다.

해당 연구과제는 향후 전문가가 참여한 보험연구원 협의와 기관윤리심의위원회(IRB)를 거친 뒤 최종적으로 건보공단 데이터심의위원회를 통해 활용 여부가 결정된다.

만약 보험사가 건보공단 데이터심의위원회에 신청하면 지난해 1월 한화생명의 연구계획 심의가 무기한 보류된 이후 약 2년 만의 재논의다.

건보공단 데이터심의위원회는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한화생명이 신청한 공공의료데이터 제공 요청 심의를 무기한 보류하고 있다. 미승인 통보와 다름없는 셈이다.

앞서 지난 2021년 9월 한화생명이 한차례 미승인 통보를 받고 권고사항을 반영해 같은 해 12월 재신청한 것이다.

당시 한화생명을 포함해 삼성생명·교보생명·현대해상·KB손보 등 총 5곳이 신청했으며 모두 미승인 통보를 받았다. 재신청한 곳은 한화생명이 유일했다.

건보공단은 보험사들의 연구계획서가 국민권익 침해 소지가 있고 과학적 연구 기준이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올해는 예년과 다른 분위기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공공데이터 개방을 꼽았다. 지난 8월에는 개인정보위원회도 ‘가명정보 활용 확대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달 15일 정부는 데이터 경제 활성화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건강보험 가명 데이터를 적극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110대 국정과제를 본격 추진한 것이다.

이를 통해 내년 상반기 중 건강보험 가명 데이터를 개방해 건보공단과 민간보험사 등이 고혈압과 당뇨 환자에 대한 다양한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것을 돕기로 했다.

또 건보공단을 비롯해 질병관리청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의 의료정보를 공공데이터로 제공해 민간기업의 혁신 서비스 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다만 특정 집단이나 국민에게 불이익을 주는 연구에는 제공을 막고, 활용 시 건보공단으로부터 동의를 받도록 제한을 뒀다.

관련해 보험사들은 지난 2020년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에 따라 2021년 7월부터 심평원 공공데이터 활용 승인을 받고 활용 중이다.

그럼에도 건보공단의 공공의료데이터는 유독 보험사에게만 활용이 제한돼왔다. 의료계와 시민단체 등 반발 때문이다.

건보공단은 지난 8월부터 제약, 의료기기, 헬스케어 등 바이오‧헬스 기업에 익명 형태로 개방‧맞춤형 DB(Data Base)를 구축하고 이를 제공 중이다.

건보공단 데이터의 경우 1년 단위 단년도 정보인 심평원 데이터와 달리 2002년부터 현재까지 시계열 분석이 가능해 연속성 있는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시민단체와 의료계는 보험사들이 공공의료데이터를 재식별하거나 마케팅 목적으로 활용할 우려가 있다고 본다. 또 보험료 할증과 보험가입 거절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는 현실적이지 못하다. 현재 법적으로 금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보호법 64조 2항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회사)가 데이터 재식별 및 오남용 시 전체 매출액의 3% 이내의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험업법 129조에 따르면 보험사는 보험료를 결정하는 보험료율을 산출할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또 보험료율이 보험계약자 간에 부당하게 차별적이지 않아야 한다.

대한금융신문 한지한 기자 gks7502@kbanker.co.kr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