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기 대표, 편견 깨듯 오미자 이어 매실와인 생산
광양에 양조장 만들고 내년 3월 첫 제품 출시 예정

▲ 문경 오미나라 이종기 대표는 내년 ‘매실’ 와인과 증류주를 계획하고 있다. 편견에 도전하는 그의 두번째 작품이다. 사진은 오미나라 숙성고에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다.
▲ 문경 오미나라 이종기 대표는 내년 ‘매실’ 와인과 증류주를 계획하고 있다. 편견에 도전하는 그의 두번째 작품이다. 사진은 오미나라 숙성고에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다.

“남들은 안된다며 쳐다보지도 않을 때, 저는 그 고정관념을 깨는 술을 빚었습니다.” 오미자로 와인을 만들고, 그 술을 증류해서 최고급 브랜디를 만들면서 한국술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오미나라 이종기 대표의 말이다.

양조 전문가들도 안된다고 말한 오미자로 와인을 만들어 새로운 술의 장르를 개척한 이종기 대표는 우리나라 고급술과 관련해 최고의 생산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OB시그램과 디아지오코리아 등을 거치면서 ‘마스터블랜더’라는 칭호를 얻었을 만큼 20세기 후반 한국 양조사의 한축을 담당해왔다. 

1980년 OB에서 시작한 양조 인생은 올해로 43년이 됐다. 그중에서도 자신의 술을 만들기 위해 문경 새재길 끄트머리, 주막이 있던 자리에 양조장을 차린 것은 15년 전인 2008년이다. 이후 그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우공이산의 역사를 써오고 있다. 

첫 출발은 문경의 특산품(오미자, 사과)으로 술을 만드는 것이었다. 오미자는 당분이 그리 많은 열매가 아니다. 잘 나와봐야 11브릭스 정도. 열대과일의 절반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신맛도 강하다. 그래서 부재료라면 모를까 주인공이 되어 발효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이런 고정관념을 이 대표는 보기 좋게 깨뜨린다. 그의 양조철학을 집대성해서 완성시킨 시그니처 와인 ‘연’과 ‘결’이 대표작이다.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으로 발효와 숙성에만 최소 2년 이상이 걸리는 술이다.

이 와인이 완성되면서 오미자는 주재료로서 술의 가능성을 인정받게 된다. 그리고 결정판은 오미자 브랜디인 ‘고운달’이다. 이 술은 출시와 함께 프리미엄 한국술의 상징이 됐다. 

그런데 이종기 대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편견의 벽에 도전하고 있다. 이번에는 매실이다. 올해 전남 광양에 ‘섬진강의 봄’을 설립한 그는 매실 발효주와 증류주를 만들고 있다. 이미 50t가량을 양조했고, 첫 제품은 내년 3월에 소개된다.  

매실은 오미자처럼 산도가 높은 과실이다. 당도도 높지 않아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일본에서는 침출주로 활용해왔다. 그러나 이 대표는 양조의 기본을 지키려고 매실에 돌배를 보태 발효를 시키고 있다. 그것도 스파클링 와인으로 만들고 있다.

보당에 필요한 당분을 쌀로 만드는 방법까지 준비해 두었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료만으로 술을 빚는다는 원칙을 확고하게 다지기 위해서다. 

이종기 대표가 만드는 스파클링 와인은 강제 탄산 주입이 아니라 2차 발효를 거치면서 자연 탄산을 모으는 방식이다. 가격을 낮추려는 방법을 선택하기보다는 기본을 지키면서 최고의 술을 만들어 그에 걸맞은 가격을 받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리고 그의 철학은 현실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올해 오미나라의 매출은 50억 원을 넘어섰다. 대형 양조업체와 비교하면 적은 액수지만, 시장 형성기에 있는 한국술의 입장에서 보면 고무적인 금액이다. 코로나 펜데믹 기간 연평균 20% 이상 성장하면서 일궈낸 매출이기에 의미가 크다. 

이와 관련 이종기 대표는 “술의 가격은 품질과의 함수관계”라며 “품질관리를 잘해야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고, 그래야 지속적인 매출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 같은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오미나라의 최고급 술인 ‘고운달(오미자 브랜디)’은 이 회사 매출의 1/5을 차지하고 있다. 

▲ 문경 오미나라에서는 문경 특산품인 오미자와 사과로 술을 만들고 있다. 가장 오른쪽의 둥근병은 이 회사의 시그니처인 ‘고운달’로 오미자 브랜디다. 중간은 사과 증류주, 왼쪽은 오미자 와인이다.
▲ 문경 오미나라에서는 문경 특산품인 오미자와 사과로 술을 만들고 있다. 가장 오른쪽의 둥근병은 이 회사의 시그니처인 ‘고운달’로 오미자 브랜디다. 중간은 사과 증류주, 왼쪽은 오미자 와인이다.

앞서 말했듯 고운달은 오미자로 와인을 만든 뒤 이 술을 증류한 우리 고유의 브랜디다. 이 술을 백자와 오크통에서 숙성한 뒤 판매하고 있으며 가격은 500ml 한 병에 30만 원이 넘는다. 

가격 저항이 있을 법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 술은 혼례용 이바지 술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술이다. 코로나 펜데믹을 거치면서 자가 소비용으로 판매가 늘면서 올해 10억 원가량 팔려나갔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가 가능했던 것은 이 대표가 말한 품질이었다. 그리고 주질을 경험한 사람들의 바이럴 마케팅이 보태지면서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이종기 대표는 이 추세를 섬진강에서 매실과 돌배로 이어갈 계획이다. 우리만의 소재로 최고의 우리 술을 만든다는 그의 생각이 하나씩 실현되고 있다. 내년에는 이 술들을 수출하는데 많은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한다. 술의 지평을 넓힌 만큼 술의 소비처도 확장하겠다는 뜻이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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