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걸린 ‘전쟁 이후’ 보다 ‘전쟁 그 자체’에 집중
죽음을 불사한 전투, 확실한 그만의 전쟁 종식법

▲ 영화 ‘노량 : 죽음의 바다’ 포스터 
▲ 영화 ‘노량 : 죽음의 바다’ 포스터 

전쟁은 모든 것을 참혹하게 만든다. 그래서 전쟁에는 휴머니즘이 깃들기가 힘들다. 리더의 선택은 더욱 그렇다. 이순신 장군에 관한 영화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인 〈노량:죽음의 바다(김한민 감독)〉을 지난주 관람했다. 

‘노량해전’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으로 권력의 공백이 발생한 본국에서의 패권을 다투기 위해 왜군들이 기를 쓰고 철수하려는 상황에서 벌어진 전투이며, 이를 막고자 이순신 장군이 모든 것을 걸었던 임진왜란 마지막 결전이었다.

순천왜성에서 철수 준비를 하고 있던 고니시 유키나가(이무생 분). 그리고 바로 앞에 있던 장도에 진을 치고 이를 막고 있던 이순신(김윤석 분) 장군과 진린(정재영 분)의 조명연합군.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고니시는 경남 사천에 주둔하고 있던 시마즈 요시히로(백윤식 분)에게 구원을 요청한다.

이렇게 마지막 전투에 참여할 장수들이 추려지고, 결전의 장소는 이순신 장군이 선택한 경남 하동 노량포구와 남해섬 사이의 좁은 해협으로 정해진다. 복수를 염원하는 병사들과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병사 간의 물러설 수 없는 전투가 밤새 전개된다. 결과는 모두가 다 알고 있는 그대로다.  

영화는 해전에 1시간 이상을 할애하며 전투 과정을 그려낸다. 때로는 주인공의 활약상을, 그리고 말미에는 평범한 병사들의 처절한 움직임에 영화는 집중한다. 전쟁의 고단함과 잔혹함은 지위고하가 없는 법이다. 모두가 지옥도를 경험하게 된다. 감독은 전쟁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노출한다. 

▲ 영화 ‘노량 : 죽음의 바다’ 스틸사진
▲ 영화 ‘노량 : 죽음의 바다’ 스틸사진

류성룡은 ‘전쟁 이후’를 대비하고자 이순신 장군에게 광해군을 도울 수 있도록 조선 수군을 온전히 지켜달라는 서찰을 보냈지만, 이순신 장군은 ‘끝나지 않은 전쟁’의 마무리에 최선을 다하면서 전쟁 그 자체에 집중한다. 전투 막바지엔 북을 치며 병사들을 독려하면서 ‘노량’을 이끈다. 그리고 그는 원하는 목적을 거의 달성한다. 

혹자는 ‘노량해전’을 ‘이순신의 전쟁’이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게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했느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은 전쟁의 마무리를 분명히 하고자 했을 뿐이다. 명나라 장수(대도독) 진린의 대사를 통해 이순신의 사심을 확인하려 했지만, 장군은 속내를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7년 동안 유린당한 국토와 백성, 그리고 무너진 토대를 바라보면서 장군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그래서 그는 전쟁을 확실히 끝낼 방법은 또다시 왜군이 침략할 마음을 가질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모아졌을 것이다. 425년 전, 장군이 정한 선택은 그때는 물론 지금의 시선에서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이순신은 ‘전쟁 이후’를 제대로 준비하고 싶었던 것이다. 당파의 이익을 위해 몸을 보전하는 것이 아니라, 더 먼 미래까지 대비하고자 하는 선택, 그것이었다. 그래서 죽음을 각오하고 치른 전투가 노량해전이었다. 

오죽하면 이순신 장군은 전투에 들어가기 직전 전사자 명부를 바라보며 7년 동안 조선을 위해 목숨을 바친 장수와 병졸들을 떠올렸을까. 감독은 장군의 마음을 전투의 마지막 장면에 그들의 영혼이 참전하도록 연출하는 것으로 표현한다. 그만큼 간절했을 것이다. 전쟁을 분명히 끝내고자 하는 이순신 장군의 논리는 이렇게 빌드업됐다. 

영화는 수작이다. 2시간 32분의 긴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역사를 알고 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모르고 봐도 노량해전이 있기까지의 이야기 전개를 통해 쉽게 집중할 수 있다.

특히 해전을 담아낸 영상기술은 탁월하다. 영화를 보면서 든 또 하나의 생각은 남해 바다를 더는 아름다운 경치만으로 바라볼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이 그곳에서 목숨으로 지켜낸 땅과 바다라는 것을 잊지 않을 것 같다. 시리도록 푸른 바다에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것도 함께 말이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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