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손실충당금 전입 전년比 2배↑
‘주주환원 확대’ 정책 제동 우려도

은행들이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에 전년대비 배 이상의 대손충당금을 쌓으며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올해 대손충당금 규모를 예년보다 대폭 늘릴 전망이다.

이들은 이미 3분기 누적 기준 3조3242억원의 신용손실충당금을 전입한 상태다. 전년동기(1조5949억원) 보다 2배가 넘는 규모다. 농협은행이 1조1587억원으로 가장 많고 △KB국민은행 7076억원 △우리은행 5056억원 △신한은행 4818억원 △하나은행 4703억원 순이다.

업계에선 은행이 실물경기 악화 및 비우호적인 금융시장 흐름에 따라 4분기에도 신용 리스크 확대에 대비해 선제적이고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을 새로 도입한 것도 이를 부추기는 요소다.

(관련기사: 2023년 1월 26일자 보도, 당국, “충당금 더 쌓아라” 요구 법적 근거 마련)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0월말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0.43%로 전월(0.39%) 대비 0.04%포인트 상승했다. 전년동월말(0.24%)과 비교하면 0.19%포인트 올랐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대출이 급증한 가운데 고금리 영향으로 연체가 불어나는 모양새다.

금감원은 연체율 상승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은행이 건전성 약화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대손충당금 등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하도록 지도하겠다고 공언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 상반기 코로나19 대출 유예와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대규모 충당금을 확보했으나 금리 인상, 경기침체 장기화 여파로 고정이하여신도 함께 늘었다. 일부 은행은 충당금 적립률이 줄기도 했다”며 “추가적인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5대 은행의 3분기 기준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10조2298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계 예상대로 연말까지 8000억~1조원 수준의 추가 적립이 시행됐다면 총 적릭앱은 11조원에 이르게 된다. 지난해말(8조3297억원) 보다 1조9000억원(22.8%) 증가한 액수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은행의 충당금 적립 속도·규모를 두고 금융지주의 주주친화 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는 올 초부터 주주환원 확대를 강조해왔다. 역대급 실적에 배당 매력 확대로 저평가 기조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인 시점에서 대규모 충당금 적립은 이익의 실제 변동성을 덮고, 부실 발생 가능성에 대한 직관적 우려로 번져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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