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적 지배구조 청산에 방점
내부통제 강화로 정도경영 실천

2024년 갑진년 새해는 국내 금융지주사에 ‘환골탈태(換骨奪胎)’를 모색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발생한 각종 사건·사고로 얼룩진 금융권의 신뢰 회복을 꾀할 변화에 대한 공감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형성돼 있다.

금융지주는 우선 제왕적 지배구조 청산에 주력할 방침이다.

과거 지주 회장이 연임을 반복하며 10년 가까이 장기 집권하던 시대가 끝나고, 새로 지휘봉을 잡게 된 주역들이 낡은 관행을 깨부수기 위한 기업 문화 개선, 인적 쇄신에 방점을 찍었다.

하나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에선 올해부터 부회장직제를 폐지한다.

부회장직은 금융지주 핵심 사업 부문의 협업체계를 꾸려 경영효율을 높이고, 회장에게 집중된 권한과 업무를 분산하고자 마련된 자리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후계자 양성과 안정적인 경영 승계를 위한 검증 시스템으로 변모했고, 금융권에서 부회장직은 회장의 ‘심복’으로 여겨졌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새로운 지배구조 모범 관행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부회장직제가 내부에서 폐쇄적으로 운영돼 시대정신에 필요한 신임 발탁과 외부 경쟁자 물색을 차단한다는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나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는 부회장직제를 부문 임원 체제로 개편했다.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고 각 분야의 전문성을 보유한 리더들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와 조직이 변화를 이끌어 나간다는 게 취지다. 기존 부회장들은 담당 업무를 이어받아 부문장 역할을 맡는다.

금융권 최대 현안으로 거론되는 내부통제 부실 문제 해소에도 칼을 빼 든다.

지난해 잇따른 횡령과 파생상품 손실로 크게 앓았던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빈틈없는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을 최우선 경영 방향으로 잡았다.

은행, 카드사, 종합금융사, 신탁사 등 주요 자회사 영업 부문에 내부통제 전담 인력을 배치하고 지점장 승진 평가에 내부통제 업무 경력을 반영토록 한 게 대표적이다.

또 내부자 신고 외부 접수 채널을 도입해 금융사고를 예방한 직원에게 최대 10억원의 포상금을 내걸고, 준법·검사 인력을 확충하고자 연수도 체계화한다.

신한금융지주는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을 준비 중이다. 

책무구조도란 내부통제와 관련한 금융사 임원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제도로, 지난달 8일 관련법(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내년 6월 시행이 예고된 상태다.

신한은행은 금융당국 책무구조도 모형 설계에 함께하기도 했으며 현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 세대교체 주역인 금융지주 회장들이 ‘고객중심 정도경영’을 기치로 내걸면서 새해 환골탈태의 각오를 다지고 있다”며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에서 안정과 쇄신 카드를 적절히 활용해 그룹의 건강한 성장을 이끌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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