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석 대표, ‘와일드맥주’ 브루어리 올 초 오픈
시간에 투자해서 캐릭터 분명한 맥주 만들 계획

▲ 지난해 문경에 와일드비어를 전문으로 양조하는 ‘태평양조’가 설립됐다. 6년 동안 안동에서 브루어리를 운영하던 ‘양준석’ 대표가 자신이 원하는 술을 빚기 위해 만든 양조장이다. 사진은 브루하우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양준석 대표의 모습.
▲ 지난해 문경에 와일드비어를 전문으로 양조하는 ‘태평양조’가 설립됐다. 6년 동안 안동에서 브루어리를 운영하던 ‘양준석’ 대표가 자신이 원하는 술을 빚기 위해 만든 양조장이다. 사진은 브루하우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양준석 대표의 모습.

그동안의 맥주양조장은 평균의 입맛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양조장은 맥덕(맥주덕후), 그것도 산미를 즐기는 매니아에 시선을 고정하고 맥주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생산에 들어갔으니, 양조장(태평브루잉)의 이력은 짧기 그지없다. 하지만 맥주를 생산하는 시설이나 양조 레시피와 양조인의 자세는 내공이 차고 넘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안동에서 6년 동안 브루어리를 운영하던 양준석 대표가 자신이 원하는 맥주를 생산하기 위해 문경에 새롭게 차린 양조장이기 때문이다.

양조장의 위치는 경상북도 문경에서 상주로 넘어가기 직전 뭉우리고개에서 왼편으로 돌면 나오는 골짜기(희방골) 입구에 자리했다. 양 대표는 일부러 산속에 양조장을 차렸다고 한다. “복잡한 풍미와 분명한 캐릭터를 가진 맥주”를 만들기 위함이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주변에서 쉽게 야생효모를 채취할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벨기에 전통맥주 중 하나인 ‘람빅’을 양조하기 위해 마련한 개방형 발효조(쿨십)를 운영할 수 있는 자연환경도 고려해야 했다. 이렇게 자신만의 아지트를 만든 양준석 대표는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맥주”를 만들고 있다.

야생효모로 술을 빚으면 일반적으로 산미가 도드라진다. 이런 경향의 맥주를 ‘와일드 비어’라고 부른다. 태평양조의 지향점은 ‘와일드 비어 맛집’이다. 하지만 신맛만 많다고 와일드 비어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이 장르의 맥주는 ‘펑키한 풍미’가 곁들여져야 비로소 맥주의 미덕을 모두 갖추게 된다. 수제맥주에서 말하는 ‘펑키함’은 뭔가 파격적이고 강렬한 맛을 뜻한다. 호불호가 갈릴 만큼 강한 쿰쿰한 맛이나 과일의 시트러스한 맛에서 비롯되어 입안을 장악하는 산미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야생효모는 다루기 쉬운 존재가 아니다. 양 대표는 올 초 양조시설을 갖추고 시험 양조를 하면서 7t가량의 맥주를 버렸다고 한다. 안전한 양조를 원하는 상업 양조장에선 할 수 없는 선택을 했으니, 통과의례처럼 야생효모에 대한 특징을 알아가야 했다. 이처럼 양 대표는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면서 야생효모와 같이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특히 양 대표는 자신이 해석한 펑키함을 구현하기 위해서 스테인리스스틸 발효조(3만ℓ) 외에 새로 미국산 화이트오크로 3,000ℓ 부피의 나무 발효조(푸더르, foeder)를 만들 예정이다. 푸더르에 들어간 맥주는 기본 1년은 숙성하게 된다. 한겨울에 양조할 람빅도 푸더르에서 익어갈 것이다. 양 대표는 7개 정도의 푸더르를 만들어 다양한 와일드 비어에 도전할 예정이다.

▲ 태평양조의 술은 풍미가 복잡하고 캐릭터가 분명한 술에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야생효모를 사용하고 개방형 발효조도 이용해 술을 빚을 계획이다. 이와 함께 화이트오크로 나무 발효조(푸더르)를 만들어 1년 이상 숙성하는 맥주도 만들 예정이다.
▲ 태평양조의 술은 풍미가 복잡하고 캐릭터가 분명한 술에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야생효모를 사용하고 개방형 발효조도 이용해 술을 빚을 계획이다. 이와 함께 화이트오크로 나무 발효조(푸더르)를 만들어 1년 이상 숙성하는 맥주도 만들 예정이다.

그렇다고 태평양조가 펑키함만을 강조하지 않을 것 같다. 주세법의 경계를 오가는 술, 즉 맥주와 과실주, 맥주와 미드(벌꿀술)의 경계를 허무는 술도 적극적으로 라인업에 넣을 예정이다. 이미 청수(포도 품종)를 맥주의 부재료로 사용하면서 포두박을 효모 대신 넣어 발효시킨 술을 현재 숙성하고 있다. 이 술은 올 6월이 되면 모습을 나타낼 것이며, 또한 상주 지역의 캠벨 얼리 품종과 의성 지역의 자두도 태평양조의 술의 범주에 넣을 계획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양조장 한편에는 상압 증류기가 설치돼 있다. 증류주를 만들 계획이기 때문이다. 맥주 양조장이니 보리 증류주를 떠올리겠지만, 양 대표는 쌀 증류주를 계획하고 있다. 지금까지 시범 양조한 술들도 모두 쌀 증류주다. 소주보다는 허브 등의 향을 살리는 ‘진’ 스타일의 술을 만들 계획이란다.

한편 양 대표는 양조자들과 함께 밀농사도 짓고 있다. 지난해 3,000평 규모로 앉은뱅이 밀 등을 경작했다. 올해에는 규모를 늘려 1만 평가량 농사지을 예정이다. 수확한 밀은 양조장에서 만드는 밀맥주의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지방에 농업법인 양조장을 만든 만큼 직접 농사지으면서 캐릭터가 분명한 양조 스토리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현재 연중 생산하고 있는 맥주 2종류(팜트리, 태평화이트)와 시즌닝 맥주 6종류보다 새롭게 양조 되어 배럴과 푸더르에 들어가는 맥주에 맥덕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현재 배럴에 들어가 있는 맥주는 ‘와일드가든’과 ‘오미자사워’ 등이 있다.

대한금융신문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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