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라스 박 “5년 이내 한국만큼 성장시킬 터”
오크 숙성 소주 ‘골드’ 제품 라인업 확대 계획

토끼소주의 성장은 양조를 책임지고 있는 브랜 힐과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더글라스 박(좌측)의 협업을 통해 일궈졌다. 사진은 토끼소주의 도수를 체크는 두 사람의 모습이다.
토끼소주의 성장은 양조를 책임지고 있는 브랜 힐과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더글라스 박(좌측)의 협업을 통해 일궈졌다. 사진은 토끼소주의 도수를 체크는 두 사람의 모습이다.

미국에서 만들어 이름을 알렸고, 술맛이 궁금한 얼리어답터 덕분에 국내에 널리 알려져 결국 2020년에는 한국에 양조장을 차리고 국내산 쌀로 소주를 만들어 젊은 소비자에게 호평받으며 성장하는 소주가 있다. 독창적인 디자인의 레이블부터 젊은 감성을 자극한 ‘토끼소주’가 그 주인공이다. 

새로운 변화를 도모하는 토끼소주의 지난 4년을 취재하기 위해 더글라스 박 대표를 지난 연말 만났다. 더글라스 박은 양조를 책임지는 브랜 힐이 뉴욕에서 소주를 만들었던 2016년 8월부터 팀에 합류해 2018년 9월 대표가 되어 충주 양조장을 추진하고, 이후 마케팅과 영업을 책임지고 있다. 지금은 토끼소주의 일본 시장 진출에 집중하기 위해 사업 근거지를 옮기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박 대표에 따르면 토끼소주의 한국 시장은 전체 매출의 30% 수준이라고 한다. 50%가 넘는 미국 시장이 가장 크고, 나머지 20%는 대만과 홍콩, 싱가포르와 중국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는 한인 식당의 매출 비중보다 주류전문점 체인을 통한 매출이 훨씬 크다고 말한다. 일례로 텍사스에 있는 체인점 260개를 보유한 리쿼스토어 한 곳에서만 한해에 30억원 정도의 매출이 일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해외 시장에 더 많은 신경을 쓰면서 토끼소주의 생산 프로그램을 조정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35%를 차지하면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토끼소주 골드. 올해는 오크 속성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버전의 ‘골드’가 출시될 예정이다. 올 초에는 미국오크에서 1차, 셰리오크에서 2차 숙성한 ‘가넷’이 발표되고 후속해서 여러 변형 제품들이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35%를 차지하면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토끼소주 골드. 올해는 오크 속성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버전의 ‘골드’가 출시될 예정이다. 올 초에는 미국오크에서 1차, 셰리오크에서 2차 숙성한 ‘가넷’이 발표되고 후속해서 여러 변형 제품들이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토끼소주를 생산해왔던 충주 양조장은 현재 고릴라브루잉(대표 폴 에드워즈)과 함께 공동으로 신제품인 ‘해치소주’를 생산하는 증류소로 성격을 전환하고, 토끼소주는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위치한 증류소 3곳에서 위탁생산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국내에 공급되고 있는 토끼소주는 미국에서 생산한 소주라고 박 대표는 말한다. 제품의 품질은 양조 책임자인 브랜 힐의 지휘하에 있고, 캘리포니아에 있는 증류소들은 토끼소주를 70~80% 정도 생산할 정도로 토끼소주에 전력을 다하고 있어 충주 양조장 버전과 차이가 없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이처럼 토끼소주는 지난 4년 동안 ‘증류소주’를 중심에 두고 글로벌 가치사슬을 구축해 왔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2024년에는 일본 시장에서 소주의 새로운 바람을 만들겠다는 것이 박 대표의 생각이다. 

박 대표가 일본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이유는 처음 한국으로 증류소를 옮길 때부터 가지고 있던 계획이기 때문이란다. 우리보다 증류주 시장이 6배나 크고, 생산지역보다 주질을 먼저 따지는 소비자가 많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특히 버번위스키가 아직 명성을 얻지 못했을 때인 1980년대, 일본 소비자들은 그 가치를 알아보고 버번을 소비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토끼소주에게도 좋은 기회가 열릴 것으로 판단하고 사업계획을 짰다고 한다. 박 대표는 향후 5년간 일본 시장을 한국 시장만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일본에서 ‘쇼추’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알코올 도수 40% 이상의 위스키를 포함한 고도주와 경쟁을 펼칠 계획이다.  그래서인지 토끼소주의 중심 브랜드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생산 중인 제품은 소주인 ‘블랙’과 ‘화이트’, 그리고 ‘선비’(진)와 오크숙성 소주인 ‘골드’가 있는데,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골드’의 영업을 강화해서 제품의 라인업을 늘릴 방침이다. 

현재 토끼소주의 매출 비중은 알코올 도수 46도인 ‘골드’가 35%, 40도인 ‘블랙’이 30%라고 한다. 따라서 차별화된 오크 숙성 소주를 출시해 오크 풍미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수요에 대응할 예정이다. 우선 지난해 한정판으로 발표해 조기 완판을 기록한 ‘가넷’과 ‘제이드’를 조만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가넷’은 미국 오크통에 1차, 그리고 셰리오크에 2차 숙성한 버전이며, ‘제이드’는 쌀을 사과나무에 훈연한 뒤 술을 빚어 미국 오크와 싱글몰트 캐스크에서 숙성한 술이다. 이 밖에도 코냑과 커피 캐스크에서 후숙성시킨 ‘콜벳’도 준비 중이다. 

박 대표는 숙성연수를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지난 2021년부터 배럴 숙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현재 미국 증류소에 숙성 중인 술은 약 19만ℓ정도라고 한다. 이를 225ℓ들이 오크통으로 환산하면 840개에 이른다.

한편 토끼소주의 국내 매출은 지난 2022년 40억원을 넘어섰으며 지난해에는 50억원에 약간 못미치는 실적을 기록했다. 또한 전체 매출은 전체 매출은 250억 원 이상을 기록하며 연평균 90% 이상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박 대표는 밝혔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