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미래·KB 등 자기자본
4조 이상 증권사

갈 곳 없는 대기성 자금이 모이는 발행어음형 자산관리계좌(CMA)의 금리 매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발행어음형 CMA 금리는 한국투자증권이 3.40%로 가장 높았고 미래에셋증권 3.25%, KB증권 3.10%, NH투자증권 2.80% 순이다. 

줄곧 2% 후반대를 유지하던 NH투자증권을 제외한 3개 증권사 모두 지난해 12월(전달) 대비 금리를 낮췄다.

지난달 18일 KB증권이 발행어음형 CMA의 금리를 3.30%에서 3.10%로 0.2%포인트 인하한 것을 시작으로 올 1월에는 미래에셋증권이 3.25%로 기존 3.45%에서 0.2%포인트 낮췄다.

3.6%로 가장 높은 금리를 유지하던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한 달 새 금리를 각각 0.1%포인트씩 2번 인하해 3.4%의 금리를 유지 중이다.

발행어음형 CMA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증권사만 발행할 수 있고, 현재 이들 네 곳만 운영 중이다. 

증권사가 발행어음형 CMA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부터다. 오갈 곳이 없는 대기성 자금이 급증하고 있던 시점이다. 보통 연말 산타 랠리 등 주가 상승을 기대하며 시장에 머무는 단기성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증권사 간 금리 경쟁이 치열한데 올해는 상반된 모습이다.     
업계는 시장 상황과 함께 금리 인하 전망이 함께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법인 머니마켓펀드(MMF) 잔고와 시장 상황을 볼 때 증권사가 안정적으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라며 “금리 또한 동결과 하락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증권사가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수단이 적어졌다. 현재 같은 CMA 금리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 하향세에도 발행어음형 CMA의 자금 유입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12일 기준 발행어음형 CMA 잔고는 18조707억원을 기록했다. CMA 금리가 본격적으로 내려가기 시작한 지난해 12월 초 16조8703억원보다 오히려 1조원 넘게 증가했다. 

전체 CMA 잔고도 지난 3일 75조원을 돌파하면서 역대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연말 예금과 적금의 만기가 도래하고 증시 또한 혼조세를 보이면서 연초 갈 곳 잃은 개인과 기관투자자의 돈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면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CMA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발행어음형 CMA 상품은 24시간 입출금이 가능하고 1일 기준으로 이자가 지급된다는 특징이 있어 증시 대기 자금이나 파킹통장용으로 찾는 투자자가 많다.

다만 어음을 교환하는 무담보 거래의 특성상 발행어음형 CMA는 금융 투자상품 위험도 4등급, 낮은 위험에 속하고 예금자보호법 또한 적용되지 않는다.  

대한금융신문 이현우 기자 lhw@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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